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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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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입주 250일’...인근 아파트도 부러워하는 위스테이 별내

‘임대주택 소외감 No’ 역대급 커뮤니티시설 동아리·교육 등 주민 주체 운영

2021-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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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처음엔 ‘임대주택 거지’라고 우울했는데 지금은 주변 아파트에서 많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이젠 스스로 자부심이 많이 생겼어요.”
 
지난해 7월 경기도 남양주시 위스테이 별내로 입주한 민현기(64) 씨는 같은 동네에 살다가 지인의 소개로 아내와 입주를 결정했다. 처음엔 국가유공자 특별공급으로 ‘내 집 마련’이 우선이었을 뿐, 태어나 처음 살아보는 임대아파트는 걱정이 앞섰다.
 
교통편도 이전보다 안 좋아진 것 같고 주민 활동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무엇보다 ‘임대주택 거지’라는 말까지 나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60년 평생의 결과가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임대주택인가 싶어 소외감을 느끼기도 조금은 우울하기까지 했다.
 
오랜 군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하고자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독서동아리 모임에 나가봤다. 별다른 기대 안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모이니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도 금세 친해졌다. 누구는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가정사를 얘기하기도, 누구는 현재 자신이 처한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니 끈끈함이 생기며 서로 마음이 열렸다.
 
현재 민 씨는 60+센터 회장을 맡으며 강한 책임감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주민들과 하루 1만보 걷기운동을 하기도 하고, 60+ 회원들과 커뮤니티센터 청소를 하면서 적당한 수입을 벌기도 한다. 이달 말부턴 60+ 일자리로 마을택배 사업도 계획 중이다. 마을택배 사업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웃 아파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건 모두 강제가 아닌 자발적, 그리고 주민의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민 씨는 “491세대가 같이 마음 맞춰 산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더 소통과 참여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주민 활동의 보람 속에서 주변 아파트보다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 별내 주민인 신민정 씨가 지난 5일 다함께 돌봄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는 신민정(35) 씨의 최대 관심사는 육아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시부모와 살다 작년 7월 남편의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스테이 별내로 온 결정적 이유도 육아친화아파트다. 위스테이 별내는 산새꽃어린이집 외에도 3세 이하 대상 동네키움방,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동네자람터 등 돌봄공간만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아파트는 애기 울음소리 듣기도 어렵다는데 위스테이 별내는 30~40대 입주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아파트 어디를 가나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민들과의 친분이 생기니 당장 아이들에게 친구가 늘어나고 부모들에게 안심과 여유가 생겼다. ‘품앗이 육아’가 가능해지면서 급한 일이 생기면 다른 집에 맡겨는 일이 가능해져 얼마 전 신 씨는 일 때문에 며칠이나 집을 비웠는데도 큰 걱정하지 않았다.
 
돌봄공간이 이렇게 많은데도 200명 넘을 정도로 계속 수요가 생기면서 주민들은 아예 별도의 협동조합을 새로 만들고 상점 하나를 빌려 ‘스스로 깨치는 아이들’ 다함께 돌봄센터를 만들었다. 주변 아파트를 포함해 맞벌이·다자녀 등 관심있는 주민들이 출자했으며, 신 씨를 포함한 주민들이 지킴이를 자처해 돌봄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신 씨는 “아이들을 놀이터에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CCTV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설계에 참여해 믿을 수 있는 재질과 놀이기구에서 아는 아이들이랑 같이 어울린다. 아이도 사람과의 관계가 커져 만족하고 저도 라인댄스 동아리 활동까지 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테이 별내 동네목공소에서 주민들이 목공을 배우고 있다. 사진/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7일 기준으로 어느덧 입주 250일이 지난 위스테이 별내는 국내 첫 협동조합형 아파트로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입주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살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동시에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주민 활동에 참여한다.
 
‘역대급’ 커뮤니티시설은 위스테이 별내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다. 커뮤니티시설 면적만 2777㎡로 법정 기준의 약 2.5배에 이른다. 동네카페, 동네체육관, 동네책방, 동네텃밭, 동네창작소, 동네목공소, 동네방송국 등이다. 주민 참여형 설계로 9개월에 걸쳐 46번의 설계변경이 이뤄졌을 정도로 어느 시설 하나 생색내기용으로 지어진 곳 없이 필요에 맞게 내부기기와 인테리어까지 수준이 높다.
 
공용주방에선 아직 코로나 때문에 개시하지 못했지만 100인분의 조·석식이 가능하며, 유난히 막걸리를 좋아하는 주민들이 많아 발효실도 별도로 갖췄다. 6000권의 장서를 갖춘 책방, 밴드·춤·방송도 가능한 청소년 취미·놀이공간, 60+세대를 위한 재취업 교육공간, 클라이밍·농구 등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체육관 등은 서울 강남의 어지간한 아파트와 비견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이들 공간을 바탕으로 조합 활동이 이뤄진다. 거의 대부분의 커뮤니티시설은 주민들이 관리하고 주민들이 운영한다. 모든 주민들은 월 5만원의 커뮤니티비를 관리비 별도로 내지만, 대부분 내는 돈보다 커뮤니티 이용으로 남는 게 크다는 반응이다. 각자 장정을 살려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는 ‘백개의 학교’로 이어지며, 교육 이후에 즐기는 주민 모임은 30여개의 동아리 활동이 된다.
 
주민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넘쳐나는 에너지는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상점 7개 중 편의점을 제외한 6개 점포를 주민들이 빌려 이웃 주민들까지 이용 가능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운영한 로컬푸드 전문매장 협동상회는 유기농·친환경 제품들을 취급하는데 매출이 벌써 3400만원을 넘겼다. 로컬프드 외에도 돌봄, 마을택배, 분식집 등을 채운 열기가 상점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손병기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애완동물·층간소음 등 주민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은 갈등조정위원회에서 중재하고, 일부는 의견을 모으고 모아 자치규약 형태로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 부분도 멤버스 클럽 형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한의원·치과 등을 이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30일 위스테이 별내 광장에서 한 주민의 결혼식이 열리자 각 주민들이 집안에서 축하하는 모습. 사진/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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