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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검찰총장은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검찰, '중수청 설립 반대' 여론전 선포…'신중론' 분위기 탔지만 효과는 불투명

2021-03-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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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총장은 초임 검사 때부터 어떤 사안에서도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2일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발의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생각을 이같이 전했다. 직을 걸고 중수청 설치를 저지하겠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날 중수청에 대한 윤 총장과 검찰의 입장을 묻는 출입 기자단 공식 질문에 상세하고도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날 국민일보와 윤 총장 인터뷰의 후속편격으로, 중수청에 대한 여권과의 여론전을 본격화 한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총장과 검찰이 여권과의 공방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은 '중수청의 탄생'이 사실상 '검찰청 폐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중에서 "검사 인생에서 많은 좌천과 징계를 겪었지만 이는 개인의 불이익이었을 뿐, 검찰 폐지라는 이번 일만큼 엄중하진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께서 관심의 여유가 없으시겠지만,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까지 여론에 호소했다.  
 
지난해 당정청은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면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했다. 개정법에는 검찰의 1차수사(직접수사) 대상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됐다. 상당부분이 특수·공안분야로 그동안 검찰을 지탱해 온 권한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의 힘을 뺀다던 당정청이 오히려 알맹이만 남겨뒀다"는 분석이 검·경 안팎에서 나왔다.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내부 반응이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검찰을 형사·공판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당정청의 검찰개혁 방향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중수청이 설치되면 검찰은 남아 있던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넘겨야 한다. 기소 기능만 쥐게 되는 것이다.
 
윤 총장과 검찰이 전격적으로 여권에 여론전을 선포한 배경은 청와대를 비롯해 중수청 도입에 대한 신중론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24일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재인 대통령이 (중수처 신설에 대한)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속도조절이라는 워딩이 있었느냐'고 문제 삼았지만 "그런 의미의 표현을 쓰셨다"고 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도 이날 출근길에 만난 기자의 질문에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 검사가 아니면 공소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반부패수사역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국민이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수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이전에 충분한 숙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검찰의 여론전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가 문제다. 여당 내에서도 당장 중수청을 설립하는 것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지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큰 방향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검찰과 여권을 모두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4월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검찰 갈등이 재연돼 가는 모습이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없어 보인다”면서 “반대로 여당이 중수청을 포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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