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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시론)왜 독일정부는 예산손실 감수하며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

2021-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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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여 정부 주도로 경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도 2011년에 '인더스트리 4.0'을 독일이 가장 먼저 주창하였다. 그런 독일이 약 8억8600만 유로 (한화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하이테크 창업자 펀드(HTGF, High-Tech Grunderfonds)라는 공공 벤처펀드를 운영하여 첨단기술 초기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HTGF 자금 대부분은 정부에서 출자하고 투자 손실률 30%를 목표로 정부 예산 손실을 감수하고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 중이다. 왜 독일정부는 예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HTGF는 독일 최대 규모의 창업기업 투자펀드로서 2005년에 투자를 개시하였다. HTGF의 특징은 기술혁신 성과가 우수한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경영지원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자금은 대부분 정부가 출자하고 기업성공에 필요한 기술, 대규모 자본 투자자 네트워크 및 비즈니스 노하우는 민간에서 제공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HTGF의 목적이 수익률에 있지 않고 혁신 스타트업 발굴 및 후속투자 유도에 있어서, HTGF 투자 회사의 부도율을 약 30% 목표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률 보다는 정책적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HTGF 부도율은 약 20% 정도이다. 구체적으로 HTGF는 기존 VC가 잘 투자하지 않는 사업 초기 단계(Seed Stage)의 스타트업에 약 50만 유로(약 6억7000만원) 정도 투자를 하면서 주식지분의 15%를 취득한다. 이 런 단순한 15% 스타트업 가치평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초기 스타트업 가치평가라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치 평가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빠르게 투자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HTGF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올라가고 일종의 인증 효과가 있어 민간 벤처캐피털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 
 
HTGF는 공익적인 측면이 매우 강하지만 정작 공무원은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독일 자료에 의하면, 공무원의 성향은 일처리가 늦고, 위험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것을 원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민간 조직처럼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므로 HTGF 운영에는 민간 출신 직원들과 스타트업, 대기업, 벤처캐피털, 엔젤,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참여한다. 
 
HTGF 직원의 기본급은 펀드에서 지급되며 그 외 인센티브는 성과 또는 거래 결과에 의해 지급된다. 보통 직원 당 3-5개의 스타트업을 관리하면서 연간 15-20개 정도의 스타트업 인수합병, 후속투자 유도 등을 진행한다. HTGF 직원의 연봉은 민간 VC보다는 적지만, 상대적인 고용위험도 적은 편이라고 볼 수 있겠다. 
 
HTGF에는 SAP, 보쉬와 같은 독일 대기업도 일부 자금을 출자하였는데 이는 투자 성과 보다도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함으로써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HTGF는 투자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이해해 보자면, 벤처캐피털은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초기 스타트업 보다는 주식 시장 상장이나 인수 및 합병을 앞두고 있는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유인이 더 크다. 따라서 잘 되는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집중되고 정작 스타트업을 만드는 데에는 투자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수요-공급 간의 부조화(mismatch)가 일어난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는데 창업지원 자금은 많다고 하지만 정작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HTGF는 적절한 수준의 정부예산 손실을 감수하면서 초기기업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소외된 영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민간 모험자본 확충까지 이끌어내 유럽에서도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서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해야하는 우리나라에서도 HTGF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여 스타트업 시장에 존재하는 자금 문제(Funding Gap)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만, 민간 엔젤 및 벤처캐피털을 구축하는 방식보다는 이들을 전략적 파트너로서 후속투자에 참여할 방안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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