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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교황, 3차례 방북 의사 밝혀…북 고위 외교관 바티칸 방문도

이백만 대사 증언 "교황청, 김정은 초청장 오면 방북 최우선 고려 방침"

2021-02-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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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지난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 뻔 했지만, 같은 해 2월 북미 '하노이 노딜'로 끝내 무산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백만 전 교황청대사는 지난 10일과 14일 웹진 '피렌체의 식탁'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2018년 10월18일(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면담)과 2019년 2월28일(하노이 북미정상회담), 4개월여 동안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한 물밑 움직임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이 전 대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교황과 면담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방북 요청을 전달했고, 교황은 "나는 갈 준비가 돼 있다"(sono disponibile)고 화답했다. 이후 교황청 외교부 내 '중국팀'은 김 총비서의 공식 초청장이 도착하면 즉각 실무협상에 착수할 준비를 갖췄다.
 
북한은 공식 초청장을 보내진 않았지만 교황청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 산테지디오(Sant’Egidio)에 2018년 12월 평양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산테지디오의 임팔리아초 회장 일행이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환담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9년 2월에는 김천 당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 등 북측 외교관들이 산테지디오 창립 제51주년 기념미사 및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전 대사는 "이 모두가 교황의 발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라며 "북한이 교황청에 대해 문을 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교황청 관계자를 인용해 "교황이 2019년 초 북한 방문을 놓고 주요 참모들과 토론을 했고 '나는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 준비 잘하길 바란다'는 말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전 대사는 "교황의 방북 논의도 '하노이 노딜'의 충격파를 넘지 못하고 물속 깊이 잠기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교황의 방북 의사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사는 "교황은 나의 주교황청 대사 재임 기간 중 세 번에 걸쳐 방북 의사를 일관되게 피력했다"면서 "김 총비서가 공식 초청장을 보낼 경우 교황청은 교황의 북한 방문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사는 올해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주목했다. 그는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경우, 그리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산테지디오 평양사무소 개설을 넘어선 파격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면서 "10월 로마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큰 진전이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될 뻔 했지만, 같은 해 2월 북미 '하노이 노딜'로 끝내 무산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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