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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트랜스젠더가 명절에도 외로운 이유

가정폭력에서 구해줄 성정체성 반영 쉼터 마련, 제도 개선 시급

2021-0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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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윤극영 시인의 동요 '설날' 가사에는 '우리 설날'에 대한 기대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중 하나가 되기 힘든 존재가 많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트랜스젠더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숙명여대 산합협력단이 수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9가지 주제로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이 참여해 편견과 혐오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지적했습니다.
 
응답자의 65.3%는 지난 12개월 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가장 이목을 끈 부분이 가족으로부터 겪는 소외입니다. 연구팀은 가족의 지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가족들은 귀하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얼마나 지지해 줍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본인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가족이 모르는 경우가 34.4%(203명)으로 가장 많았고,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25.7%(152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외벽에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이해 무지개색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주한미국대사관은 만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기념하고자 레인보우 배너를 대사관 건물에 걸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말 하지 않거나 때리는 '가족'
 
가족의 대응은 무시 또는 억압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모른 체 한다는 응답(56.6%)이 가장 많았고, 옷이나 화장 등 원하는 성별 표현을 못 하게 한다는 응답도 절반에 가까운 44%에 달했습니다.
 
대화의 장인 명절에 가슴아픈 응답도 많았습니다. 언어 폭력을 당했다는 대답이 39.4%, '오랜 시간동안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응답이 27.9%에 달했습니다.
 
경제적 지원 중단(12.9%), 신체 폭력(9.9%)을 겪었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연인, 파트너,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폭력을 당한 경험과 주거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며 "일상생활에서 타인으로부터 성별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폭력으로 인해 고조되는 경계심도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기 위해 상담사나 종교인에게 데리고 가는 경우(9.9%), 집에서 내쫓는 경험(9.4%)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연인·파트너·배우자에게서 당한 폭력은 '내가 원치 않을 때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원하지 않는 형태의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응답이 13.5%로 보고됐습니다.
 
모욕적·악의적인 이야기를 하거나(12.9%), 물건을 던지는 등 신체 폭력 위협을 가한 경우(3.9%)도 있었습니다. 실제 폭력으로 이어진 경우는 2.3%였습니다.
 
같은 기간 연인·파트너·배우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고 있었단는 283명 중 16.6%는 '내가 진짜 여성 또는 남성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아웃팅하겠다고 협박했다'(4.2%)는 응답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호르몬 요법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3.9%)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 기간 연인·파트너·배우자가 있었던 310명 중 77.1%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지 받았다고 응답해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평등세상을 바라는 호소문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 차원 교육과 쉼터 시급
 
연구팀은 가족 내 혐오차별 해결책으로 성소수자 아동과 가족 대상 인식 개선 사업 추진을 제시했습니다. 아동학대 방지 정책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학대 방지, 가정폭력 실태조사와 성별정체성에 따른 쉼터 이용 등 종합 대책 마련도 촉구했습니다.
 
연구팀은 "가족 내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차별은 명백한 트랜스 혐오에 기초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국가 차원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더불어 트랜스젠더 가족에 대한 특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아동국, 보건복지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정보제공 서비스 ‘아동 복지 정보 게이트웨이’의 ‘성소수자 아동 및 가족과 함께 하기’ 항목에서는 성소수자 아동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자료 및 가이드를 종합적으로 제공 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국방부에서 성소수자 아동을 둔 부모를 위한 가이드를 발간해, 성소수자 부모들에게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력 예방 정책도 절실합니다. 지난 2016년 한 트랜스여성이 '동성애 치료'를 이유로 목사인 아버지와 종교인들로부터 무차별 폭력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학대는 드문 일이 아님에도 현재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 부처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학대 문제를 보다 분명히 인식하고 관련된 대책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가정 폭력 실태 파악도 시급합니다. 성별정체성을 반영한 피해자 쉼터도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현재 전국에 학대아동쉼터나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가 마련되어 있으나 이들 시설들은 기본적으로 성별에 따라 이용자가 구분되어 있디"며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 역시 '가정폭력 피해를 받은 트랜스젠더 아동·청소년들이 쉼터에 입소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홈리스 상태에 처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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