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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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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1심으로 보는 임성근의 위헌 행위

가토 전 지국장 사건 수차례 이메일로 수정

2021-02-03 03:00

조회수 : 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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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회가 4일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갑니다. 1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의원만 161명이어서 의결정족수 151명을 훌쩍 넘습니다. 결국 사건은 헌재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임 부장판사 탄핵의 명분을 그의 1심 선고에서 찾습니다. 그가 무죄일지언정 위헌행위는 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1심은 무엇 때문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어떤 점이 위헌이라고 했던 걸까요.
 
임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2월 1심 무죄 선고를 받고 현재 2심이 진행중입니다. 그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습니다. 가토 지국장은 2014년 8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관련 기사를 냈습니다. 이에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그해 8월 6일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청와대도 엄정 대처 의지를 밝혔습니다.
 
사건은 그해 10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됐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 부장판사는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하고 중요현안사건으로 관리했습니다.
 
이후 가토 전 지국장 공판에선 이상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는 2015년 3월 30일 4회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 즉 발신자 위치 추적결과나 역발신자 위치 추적 결과 혹은 청와대 비서실이나 경호실의 공문 등 객관적인 자료와 사건 관련자 법정 진술이나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 사건 당일 관련자가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고, 대통령을 모처에서 만났다고 하는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재한 소문의 내용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허위인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인다. 대통령의 당일 모든 행적을 밝히겠다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변호인의 주장에 기초한 청와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과 수산자 전화번호에 대한 열람등사 신청부분은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관련자 진술 등에 관한 신빙성을 탄핵해보고자 하는 SK텔레콤에 대한 통화내역조회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채택한다'는 취지로 고지했습니다.
 
고지를 마친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향후 그의 기사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비방의 목적이 없이 작성됐으며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변론을 집중하도록 고지하는 소송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임 부장판사 사건의 1심은 그가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임 전 차장은 그해 2월께 전화로 임 부장판사에게 '재판의 유무죄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증거조사를 하다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해서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그 부분은 법정에서 허위인 점이 입증되었다는 식으로 언급을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 무렵 임 부장판사는 재판장 이 부장판사를 형사수석부장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그는 이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은 대통령이 피해자이고, 가토 전 지국장이 일본 언론인이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다. 그리고 이 재판은 국격을 드높일 수 있어야 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여성 대통령이 모처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은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니 이 부분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면 그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주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 영향이 3월 30일 4회 공판에 반영됐습니다. 이 부장판사은 소송지휘권을 행사 하기 전 휴정 후 다른 판사에게 해당 기사가 허위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기사가 허위이지만 비방 목적 없이 작성됐다는 식으로 변론하라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입니다.
 
이후 임 부장판사는 8월 18일께 판결문 초고를 이 부장판사에게 보냈습니다. 이튿날 수정본도 보냈습니다. 그해 10월 21일 재차 보낸 수정본에는 '최고의 공적 존재인 대통령직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위를 고려하면, 피해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피고인에게 비방 목적이 없으며,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피고인에게 비방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임 전 차장은 그해 11월 초순 임 부장판사에게 전화로 '재판장이 유무죄는 알아서 하겠지만, 판결이유에서 허위인 점은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가토 전 지국장 행위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 구체적 사실조사 없이 허위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재판장 이 부장판사는 같은달 또 다시 임 부장판사에게 불려갑니다. 임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를 하더라도 단순하게 끝내지 마라. 일단 판결 선고를 한 이후에 가토 전 지국장이 한 행위가 비록 무죄이기는 하나, 그가 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특히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도 없이 여성 대통령을 희화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으나, 언론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리적으로 부득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를 밝혀주라.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을 전제로 구술본 말미 부분을 추가하고 그것을 검토하기 위해 보내 달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수차례 이메일로 판결문을 수정했습니다. 판결 선고 직전인 12월에는 '한일 외교 관계를 위해 외교부가 최대한 노력했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외교부의 간절한 부탁'이라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지시가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습니다. 외교부의 가토 전 지국장 선처 요청 공문은 그달 15일 법무부장관에게 전해졌습니다. 
 
그 무렵 임 부장판사는 재판장 이 부장판사에게 '외교부 공문이 올 것인데, 양형자료니까 법정에서 가토 전 지국장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가토 전 지국장 판결은 임 부장판사가 개입한 내용들이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12월 17일 한국 외교부가 가토 전 지국장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내용을 고지한 뒤 판결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명예훼손이 인정되지만 비방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법리상 부득이 무죄를 선고하고,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을 희화화하는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행동까지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고지도 했습니다.
 
2020년 2월, 임 부장판사는 그에게 재판에 관여할 직무 권한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그가 재판 중간에 기사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중간판결적 판단을 요청한 점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고 기일에 비난 가능성과 외교부의 선처 공문 언급을 요청한 점도 마찬가지로 지적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판결문 양형 이유 수정도 위헌·위법 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2016년 야구선수 임창용·오승환 도박죄 약식사건의 공판 절차 회부 취소 개입 역시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각 사건에 대한 위헌 행위만 4차례 지적받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와 상관 없이, 무엇이 법관의 위헌적 행위인지에 대한 원칙이 설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임 부장판사는 이르면 2심 선고 전에 헌재로부터 위헌성을 재확인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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