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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지금이 적기"…해운업 호황에 고개 드는 HMM 매각설

해상 운임 상승·물동량 증가에…5년만에 적자 탈출

2021-02-0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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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지난해부터 해운사들이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HMM(옛 현대상선)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이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HMM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실적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해상 운임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새 주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HMM은 지난해 매출액 6조2908억원, 영업이익 87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4.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HMM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연간 적자를 낸 바 있다.
 
 
이로써 실적 부진은 지난해 2분기를 끝으로 일단 해소됐다. HMM은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후 3분기에도 2771억원의 이익을 냈다. 4분기에는 443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세를 이어 올해 1분기도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흑자가 예상된다.
 
HMM의 실적이 개선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상반기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밀린 물량을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털어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해상 운임은 유례없이 고공 행진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 넷째주에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넘어선 후 매주 신기록을 경신하며 3000을 바라보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이 지수가 세자릿수로 떨어지는 일도 흔하기 때문에 현재 컨테이너선 운임은 평소의 2~3배 이상인 셈이다.
 
앞으로 운임 지수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물동량이 늘면서 해운업 호황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HMM이 부채비율도 낮추면서 매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HMM은 지난해 12월 24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조달한 자금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HMM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지금이 최대주주 산은이 지분을 매각할 적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은은 HMM 지분 12.61%를 보유하고 있고 신용보증기금이 7.51%, 한국해양진흥공사가 4.38%를 가지고 있다. 세 기관의 합산 지분율은 24.5%다. HMM은 2016년 현대그룹 품을 떠나 산은 자회사로 편입된 뒤 계속되는 부진에 5년여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포스코가 HMM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산은과 포스코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 물망에 포스코가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물류 업무를 하는 자회사 출범을 추진했다가 해운업계 반대로 결국 포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원재료 확보 등을 위해 해운사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9년에는 1만6000만톤(t)의 자재를 옮기기 위해 물류비 약 3조원을 지출했다.
 
HMM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도 두둑하다.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약 18조원에 이르러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의 시장 가치 1조~1조5000억원을 매입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 때문에 HMM 인수설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포스코가 필요한 선박은 석탄이나 철강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이기 때문에 컨테이너선이 주력이 HMM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 또한 "컨테이너선사 인수로 생길 시너지가 없으며 HMM 인수 검토는 물론 제안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선을 그은 가운데 HMM의 실적이 상승세를 탄 만큼 매각 가능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영난에 어쩔 수 없이 HMM을 포기한 현대그룹이 다시 인수에 나설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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