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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볼 만한 새 책)'일상이 의미 부여'·'사이보그가 되다' 외

2021-01-20 12:50

조회수 : 3,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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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계획도 없이 티켓을 끊고 기차에 몸을 실은 적이 있다. 몸보다 마음의 생채기가 심했던 청춘의 날.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열병 같은 날. 이십대와 삼십대의 경계에 선 때, 저자 역시 비슷했다. 스케일은 무려 유라시아 대륙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행. 여행 첫날 밤, 2층 칸에서 봤다는, 별무리 이야기부터 ‘무장해제’다. 기차에 한데 뒤섞이는 사람냄새와 이국향을 자극하는 언어들, 바다 같은 바이칼 호수…. ‘비여행’ 시대에 더없이 반가운 책이다.
 
 
일상이 의미 부여
황혜리 지음|책읽는고양이 펴냄
 
작가들은 15살 전후로 신체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들(보청기, 휠체어)과 만났다. 각기 청각장애(김초엽), 지체장애(김원영)를 지녀온 이들은, 장애권리운동의 자장 안에서 키워온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그리고 내일을 본다. 최근 장애학 연구에서 논의가 활발한 ‘크립 테크노사이언스’ 개념으로 소설을 전개시킨다. 크립 테크노사이언스는 기술을 활용한 장애인이 세계의 수용자가 아닌, 세계의 재창조자가 된다는 뜻이다. 다만 미래학자들의 지나친 기술우월주의는 경계한다.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 김원영 지음|사계절 펴냄
 
이라크 전쟁을 경험한 종군 기자의 ‘극한 생물 취재기’. 동식물 관련 ‘이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의 내용까지 다 다룬다. 몸집 크기 대로라면 암에 걸려야 정상이지만 절대 암에 걸리지 않는 코끼리, 방사능을 보이지도 않게 먹어 치우는 세균, 4000년 넘게 살면서도 조금도 늙지 않는 강털소나무…. ‘듣도 보도 못한’ 생물들의 세계도 있다. 1만 년 전 바다 온도를 그대로 간직한 모노라피스 쿠니 등. 코로나 이후 점점 커지는 생물계의 미스터리를 풀어준다.
 
 
굉장한 것들의 세계
매슈 러플랜트 지음|하윤숙 옮김|북트리거 펴냄
 
그림책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수상자인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림체로 깊은 주제 의식을 다룬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시작으로 ‘고릴라’와 ‘동물원’ 등이 대표작이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회도 한국에서 열린 적이 있다. 노년의 거장은 이제 자신이 걸어온 길들을 그림으로 그린다. 아기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삶의 여정을 걸어간다. 그림책 작가로서 길을 잃고도 다시 찾으려 노력하며 살아온 자기 삶의 은유다.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공경희 옮김|웅진주니어 펴냄
 
코로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들의 희생 정신을 새삼 절감하는 요즘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 늘 서 있는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 인생관을 지니고 있을까. 책은 종양외과 전문의이자 스티브 잡스 주치의로 유명했던 카스퍼 반 아이크부터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 이르기까지, 80여 명 의료진이 털어 놓는 ‘인생 치료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코로나19로 미증유의 위기를 건너는 시대, 치유의 힘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사람을 살린다는 것
엘렌 드 비세르 지음|송연수 옮김|황소자리 펴냄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실리콘밸리 ‘빅 5’는 어떻게 세계 시장을 지배했나. 시중에 나와 있는 단순한 분석 책은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부터 파트타임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각 기업의 내부자들과 130회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통성은 ‘언제나 첫날(Always Day One)’로 돌아가는 기업 정신으로 설명된다는 것. 매일이 창립일인 것처럼 혁신하고 혁신하며 또 혁신한다. 기술 남용, 반대 의견 억압 등 내부의 문제점도 폭로한다.
 
 
올웨이즈 데이 원
알렉스 칸트로위츠 지음|박세연 옮김|한경비피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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