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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대형조선사 수주랠리 부러운 중형사들 "우린 일감 없는데…"

수주 실적 암울한데 선가도 내림세

2021-01-1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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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형 조선사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지만 중형 조선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들이 이번에 수주한 선종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인데 중형사들 주력인 벌크선이나 탱커(유조선)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14척(28만CG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했다. 이는 국내 조선사 전체 수주량의 4.2%에 불과한 물량이다. 아직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4분기에도 눈에 띄는 수주 실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형사들의 남은 수주량은 39척에 불과하며, 4분기 추가 수주가 없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일감이 없는 조선소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돈다. 대형사들이 대규모 계약을 따내며 지난해 목표량에 근접한 것과 대비된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기술력 부족으로 건조가 힘든 가운데 저가 선박은 중국 조선사들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어 여러모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이 와중에 선가는 내림세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작년 말 130포인트에서 올해 126포인트로 3.2% 떨어졌다. 선가 지수는 선박 한 척당 가격을 말하며 환율을 고려하면 원화 선가는 8.2%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사들 주력인 VLCC와 LNG선이 가격이 특히 많이 내리긴 했지만 다른 선종들도 하락세는 마찬가지다.
 
대형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수주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형사들의 일감 부족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HSG성동조선 사업장. 사진/뉴시스
 
대형사들의 수주에 따른 낙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주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물량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조선사는 뒷심을 발휘해 약 210억달러(한화 22조9500억원) 물량을 수주했지만 전년 대비 21% 줄어든 수준이다. 대형사들이 소화하기도 적은 물량인 셈이다.
 
대형사들의 블록(조선 자재) 물량을 중형사들이 담당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으나 회사마다 이미 계약한 업체들이 있어 이마저도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백신 개발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상황은 작년보단 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호황 때의 수준을 회복하긴 힘들겠지만 올해는 중형 조선사들이 정상화로 가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4년 이상 이어진 수주 가뭄에 따라 다수 중형 조선사들은 매각에 나섰다.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선조선 등은 경영 악화로 새 주인을 찾고 있으며 성동조선해양은 이미 HSG중공업과 큐리어스파트너스에 인수돼 사명을 HSG성동조선으로 바꾸고 선박 자재 생산과 수리로 업종을 전환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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