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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서정진 회장…다음 행보는 '혈액검사' 사업

조기진단 가능한 액체생검 관련 유력…2023년 4조원대 시장 규모 전망

2021-01-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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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공식 은퇴를 앞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다음 행보로 혈액검사 사업을 낙점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 바이오벤처 성공 신화를 쓴 인물이 선택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5일 셀트리온그룹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 부회장들에게 인수인계를 진행 중으로, 오는 3월 열릴 이사회와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은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서 회장이 꾸준히 밝혀온 2020년 은퇴 계획에 따른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0년말 은퇴 계획을 처음으로 공식화 했다. 맨손으로 일군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발돋움하며 입지가 탄탄해진 만큼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한동안 '도시어부'로 살면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겠다던 그의 농담섞인 발언은 실제로 농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0월과 12월 공식석상에서 올해 혈액검사 스타트업 창업 계획을 통해 다음 행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그룹 내 영위 중인 관련 사업이 없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서 회장이 단순히 '피 검사' 스타트업이란 언급만 내놓은 만큼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의 다음 행보는 혈액을 비롯한 대·소변, 침 체약 등을 통해 질병을 조기진단하는 액체생검 분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체액을 통해 세포나 단백질, DNA 등의 변화를 조기 감지해 질병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분야는 미래 유망 헬스케어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단순 감염병부터 중증 질환인 암까지 진단이 가능하고, 개인 맞춤형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또 다른 유망 분야인 원격진료와의 궁합도 잘 맞는다는 평가다. 서 회장 역시 혈액검사 사업계획을 밝힐 당시, 향후 헬스케어 서비스가 원격진료로 방향성을 맞출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혈액검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액체생검 분야는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맞춤형 조기 진단은 물론, 통증을 동반한 조직검사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단 정확도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질병의 치료 보다는 진단과 예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최근 흐름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은 액체생검 분야는 최근 수년간 연평균 30%에 가까운 시장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23년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 투자와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글로벌 유통기업인 아마존과 텐센트는 물론 제약공룡 중 하나인 MSD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미국 스타트업 그레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한 상업적 암진단법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사들도 개발에 한창이다. 지노믹트리는 대장암조기진단용 키트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으며, 싸이토젠은 비소세포폐암 진단검사를 위한 임상에 돌입한 상태다. EDGC 역시 올해 암 조기진단과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품에 대한 식약처 승인 신청을 계획 중이며, 전통 제약사인 보령제약은 국내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인 아이엠비디엑스와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협약을 맺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체액을 활용한 진단 영역은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통해 그 중요성이 충분히 입증된 상태"라며 "이미 선두 주자들이 존재하지만 미지의 영역이었던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서 회장의 도전이라면 해당 영역에 실리는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해 10월 인천 셀트리온 2공장 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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