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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해운업 호황은 이제 시작인데…"조선업 회복, 10년 걸릴 것"

선박중개사 수석 연구원 "장기불황 여파로 현금 부족"

2020-12-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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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업계가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방산업인 해운업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조선업은 전혀 연관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이 회복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이란 주장이 나와 불황 공포가 커진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상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매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요일마다 새 지수를 발표하는데, 지난주 금요일에는 2048.27을 기록하며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해운사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후방산업인 조선업계도 연관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물동량이 늘었으나 운반할 선박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발주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기대감과는 달리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싱가포르의 선박 중개업체 반체로 코스타(Banchero Costa)의 랄프 레슈친스키(Ralph Leszczynski)수석 연구원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업은 앞으로 몇년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며 "8~10년 후에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해운사들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나타내고 있지만 조선업까지 회복되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그는 "해운업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수익성 측면에서 부진했다"며 "대부분의 선주는 선박을 발주할 재원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해운업 매출은 2010년 이후 줄곧 하락했다. 성장세는 지난 18년간 1.8배로 정체돼 있고 급기야 2017년에는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마저 파산했다. 이렇다 보니 당장 발주가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기조도 발주시장 전망에 부정적이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배럴당 1.7%떨어진 44.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OPEC 회원국과 10개 OPEC 외 주요 산유국 협의체)가 내년 초 감산 규모 결정을 위한 회의를 미루면서 이틀째 하락세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석유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레슈친스키는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조선을 사는 것은 도박"이라며 "지난 30년간은 석유 소비량이 증가했지만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복시점을 10년 후로 내다본 이유는 노후선 교체시기가 그즈음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2006~2007년 초호황을 누렸는데 당시 2년간 선박 발주량이 1억60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할 정도였다. 올해 누적 발주량이 1156만CGT인 점을 보면 당시 호황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선박의 수명은 선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25년 안팍인 만큼 10년후에는 초호황기때 발주한 선박의 교체시기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조선업계에선 2~3년 사이에 시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가 2050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줄일 것을 규정했다"며 "규제가 본격화하면 노후선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형선이 발주되는 것을 보면 2~3년 후엔 중·소형선 발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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