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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IB토마토]'폭탄돌리기' 된 우진기전…전 오너의 황폐화된 M&A 행보

우진기전 손 바뀜 과정에서 세금 폭탄 반복

2020-11-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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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0년 11월 9일 17: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폭탄 돌리기 게임이 있다. 언젠가 폭탄이 터지는데 아무도 그 시간을 모른다. 하지만 폭탄을 받은 사람은 그 위험이 커져만 간다. 기업에 이 게임을 접목한다면 그 위험은 이자율로 표현된다" 우진기전 상황을 지켜본 인수·합병(M&A) 전문가의 촌평이다. 
 
경영권 매각이 진통을 겪고 있는 전력기기 업체 우진기전은 여러 번의 손 바뀜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커졌다. 하지만 우진기전 전 오너인 김광재 전 회장과 모회사인 에이스우진의 사정은 그 반대다. 그의 현금 곳간은 말라갔고, 에이스우진의 재무 상태는 악화됐다. 김 전 회장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를 재무적투자자(FI)로 영입하며 우진기전을 다시 품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우진기전의 미래는 기업 가치와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존 대주단이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거절한 우진기전의 선순위 인수금융 취급을 검토 중이며, 큐리어스파트너스는 700억원 자금 조달을 위해 출자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만약 자금조달이 성공할 경우, 김 전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번 딜의 특이점은 자금의 종착지가 주주가 아닌 '담보권자'라는 것이다. 인수 대금은 스프링힐즈우진(SPC)에 브리지론(Bridge Loan)을 제공한 하나금융투자(우진기전 100% 담보 보유)로 흘러간다. '차입금 제로', '부채비율 5년 평균 60%'의 우진기전과 '압류 빨간 딱지'가 연상되는 ‘담보 실행’은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현금흐름의 종착지는 담보권자로 향한다. 
 
우진기전의 100% 주주 에이스우진은 다음과 같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등
 
우진기전 지분으로만 '세 번' 세금 낸 김광재 전 회장
 
김 전 회장은 우진기전 지분을 크게 보면 한 번 팔았다. 하지만 우진기전 지분으로 세 번의 세금을 냈다. 상식에 비춰보면 2015년 한 번 세금을 납부하면 됐지만 세법상으로 그는 2018년, 2019년 두 번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우진기전의 복잡한 M&A 탓이다. 
 
그의 첫 번째 납세의무는 우진기전의 주인이 처음으로 바뀐 2015년에 발생한다. 김 전 회장은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 우진기전 지분 70%를 1170억원(기업가치 약 1700억원)에 매각했다. 김 전 회장은 창업자인 터라 주식의 취득가액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약 260억원(1170억원*22%, 이하 세율 지방세 포함)을 양도세로 납부했다. 
 
다음은 2018년 1월 스카이레이크가 또 다른 사모펀드 에이스에쿼티에 매각할 때다. 특이한 건 지분은 스카이레이크가 팔았는데, 김 전 회장에게도 납세의무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는 에이스에쿼티가 SPC인 에이스우진(PEF, 합자회사)을 세웠고, 김 전 회장이 잔여지분 30%를 매각 후 합자회사인 PEF의 LP 출자지분(45.5%)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인으로서 지배력'은 비슷했지만, 명찰이 '우진기전→에이스우진'으로 바뀌었기에 납세의무가 생겼다. 
 
명찰 교체 대가로 그는 200억원(2400억*30%*27.5%) 가까이 납부해야 할 처지가 됐다. 2017년 직원들이 회사를 키우며 기업가치가 2400억원까지 불어났고, 세율도 27.5%로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015년과 달리, 수중에 현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9년 그는 또 한 번 명찰을 '(합자회사)→(주식회사)'로 교체한다. 자본시장법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SPC를 청산, 에이스우진 주식회사의 주주가 된다. 청산 결과 그에게 출자지분증가액에 관한 배당소득이 생겼다. 배당소득은 주식 양도세와 달리 세율이 46.2%에 이른다. 그는 에이스우진 PEF가 청산시, 후순위 LP출자분을 환급받으며 약 160억원{(3200억-2400억)*45.5%*46.2%}의 납세의무가 생겼다. 결국, 그는 1170억원의 현금을 벌며 600억원 이상을 세금으로 세 번 납부해야 했다. 
 
김 전 회장만큼 허약해진 우진기전
 
우진기전 본체는 건강한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은 1500억원인데, 부채는 600억원이다. 대부분 상사 채무이며, 차입도 없다. 또한 완만하게 성장 중이다. 매출액은 2008년 1000억원을 넘기고 3년 뒤인 2011년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4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다. 
 
현금 창출 관점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좋은 기업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이 만원 벌어 500원을 남기고 490원을 재투자하는 회사라면 우진기전은 100원을 벌어 15원을 남기고 0원을 투자하는 회사다. 최근 5년 간 우진기전의 설비투자는 거의 없었다. 제조부문을 직접 하지 않고, 엔지니어링에 특화 시킨 결과다. 남는 현금은 주주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다. 
 
곳간도 풍성하고, 빚도 없는데 우진기전의 주인인 김 전 회장과 스프링힐파트너스는 지난 1년 간 투자자를 구하느라 백방으로 뛰었다. 그럼에도 고율에다 일시적 대출 성격인 브릿지 론을 2년째 빌리고 있다. 
 
의아함은 에이스우진을 통해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우진기전과 모회사 에이스우진을 연결한다면 재무비율은 부실해진다. 두 법인을 연결할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400억원, 부채 2600억원으로 추정돼 부채비율이 325%까지 급등한다. 박도휘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부채비율이 300%일 경우 금융비용이 순이익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부채비율 400% 이상의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한다"라고 분석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우진기전의 배당금은 '수익 분배'보다 '금전 사용의 대가'에 가깝다. 2010년대 초~중반 연평균 50억원을 배당했던 우진기전은 지난 4년간 1000억원을 배당했다. 2016년은 스카이레이크가 들어온 시점이다. 사모펀드는 펀딩 혹은 금융을 일으켰기에 배당이나 이자 지급이 숙명인 곳이다. 게다가 우진기전은 사모펀드의 손 바뀜이 있을 때마다 기업가치가 커졌고, 인수 금융과 출자 금액은 커졌다. 당연히 금융 관련 현금 유출은 커져만 갔다. 지난해에는 전방 산업인 반도체의 업황 악화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지난 3년 평균 배당금보다 130억원 이상 많은 350억원을 배당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앞으로도 매년 200억원가량의 배당금 유출이 예상된다. 이번 1900억원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 알려진 인수금융(1000억원)이자 5.75%와, 펀드(900억원)의 보장수익률 15%를 고려한 결과다. 달리 말하면 우진기전은 부도가 나지 않으려면 매년 200억원을 배당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M&A는 본질적으로 스프링힐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기에 하게 된 것이고, 이는 에이스우진 주주인 에이루트(096690), 비케이탑스(030790), 김 전 회장을 시장이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M&A에서 이슈가 된 두 우선협상자의 가격 차이도 맥락상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우진기전의 미래는?
 
우진기전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은 모두 기업공개(IPO)를 염두 했다. 기업가치 증가분을 김 전 회장과 같은 개인이 감당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진기전을 거쳐 간 사모펀드들은 IPO에 실패하고 투자금을 회수(Exit)해 떠나갔다. IPO 실패는 김 전 회장과 우진기전이 거래한 가수금과 가지급금도 한몫했다. 10대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 회계사는 "IPO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건 개인과 법인의 금융거래가 상당하다는 것"이라며 "세법은 이를 제지하는 규정을 다수 만들어 회사의 부실화를 막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진기전의 금융 조건도 악화됐다. 브리지론의 이자는 7%에서 11%까지 급등했고, 지난해 350억원의 배당금 중 200억원은 하나금융투자의 몫이었다. 게다가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잠재적 펀드투자자에 제시한 보장수익률은 15%로 알려졌다. 이는 우진기전의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인 14.8%에 근접한다. 즉, '현금유출=현금유입'의 마지노선까지 왔다는 의미다. 후순위비율이 2018년 말 기준 26%에서 지난해 7월 기준 43.8%까지 높아졌음에도 선순위 펀딩도 만만찮다. 
 
인수금융이 성공하더라도 언젠가 자본재조정(리캡)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리캡이 불발될 경우, 이번처럼 담보권 실행을 위한 M&A 과정이 불가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우진기전이 좋은 회사다 보니 이자나 배당은 감당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리캡 과정"이라면서 "이번 우리은행이나 기타 기관투자자들의 인수금융이 마지막 폭탄일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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