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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영

[IB토마토]현정은 신뢰 '현대엘리베이터'…반전 돌파구 절실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으나 경색된 국면 우려

2020-11-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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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0년 11월 2일 6: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현대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이자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017800)터가 실적 반전을 꽤 하고 있지만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 외형이 크게 축소되고 치열한 수주 경쟁과 제한된 잉여현금 창출 등이 더해지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 입장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환경이 무르익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일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이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으로 이어가면서 민간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 "현 회장 입장에서는 2008년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대북 사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그룹이 흔들렸고 주축인 현대엘리베이터까지 실적 모멘텀을 얻지 못하면서 미래가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현정은 회장. 출처/현대그룹
 
현 회장은 올해 초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2020년 경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만큼 새로운 각오로 새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북 경협 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그룹은 1989년 남북경협 사업의 문을 열었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면서 “그동안 쌓은 신뢰라는 든든한 자산을 동력으로 희망을 잃지 말고 더욱 당당하고 적극적 자세로 임하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 회장의 기대와 달리 남북 관계는 화해 무드에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긴장 고조의 정점은 지난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청사를 폭파한 사건이다. 이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에는 우리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540억원, 영업이익은 396억원이 예상됐다. 이는 컨센서스 대비 매출액은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 줄어든 수준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판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신규 물량 감소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대북 상황은 기대가 없는 지금이 바닥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월 올해 매출액은 1조6338억원, 영업이익은 155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수주 목표액은 1조7454억원으로 제시했다. 회사 측은 "올해 사업계획은 글로벌 제조 경쟁력 확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로 미래 경쟁력 확보, 수익성 강화로 지속성장 기반 확보 등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작성됐다"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두 달여를 남긴 시점에서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가 빠듯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목표치 1550억원을 하회한 1450억원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21년 1650억원, 2022년 1790억원 등 조금씩 상승세로 내다봤다는 점이다. 지난해 역시 영업이익 전망치를 181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20% 줄어든 1448억원을 기록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 경협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가 가능하다"면서 "본업 기업가치 상승은 중국 공장 준공과 내수 설치 매출액이 반등하는 내년이 예상된다"라고 봤다.
 
실적 반등을 위한 글로벌 기업과의 치열한 수주 전쟁도 치러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4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티센크루프의 시장점유율은 약 25%, 오티스엘리베이터는 15% 수준이다.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점유율 1위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초고층 엘리베이터 수주 경험이 적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앞서 티센크루프는 여의도 파크원에 모두 80여대의 엘리베이터를 공급하는 수주를 따냈다. 롯데월드타워 시공에서도 현대엘리베이터는 1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61대 중 오티스가 31대, 미쯔비시가 30대를 수주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범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익성 때문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한 대를 수주할 경우 일반 엘리베이터 3~5대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본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대당 가격이 최고 1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고층 엘리베이터 수주 경험이 많은 다른 외국계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넘어야 한다.
 
출처/나신평
 
아울러 재무적으로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따른 잉여현금 창출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상장회사로 자본시장 접근성, 국내 수위의 경쟁지위에 기반한 대외 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재무적 융통성이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중단기 잉여현금 창출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중국 시장 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중국 신공장 건설과 2022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국내 이천공장의 충주 이전 등 사업기반 확대를 위한 대규모 신규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초고속 승강기 개발 등과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남북 관계 경색도 그렇지만 올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면서 "항상 남북 경협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언제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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