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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나

'이슬람vs유럽'으로 번진 '터키vs프랑스' 갈등…경제 타격 어쩌나

2020-10-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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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교사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프랑스-터키 간 갈등이 두 나라를 넘어 이슬람-유럽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양한 국가 지도자들이 양측에 대한 비판과 옹호를 거듭하며 경색된 관계 속에 프랑스와 터키 모두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로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 종교행사에서 "당신들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로, 나치와 연결돼 있다"며 "유럽 내 무슬림이 린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은 마크롱 주도의 무슬림에 증오 캠페인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체 지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주제로 수업을 한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함마드 풍자 역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며 이슬람 배척을 옹호, 이슬람 단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언급했다. 그는 교사 살해 사건 이전부터 이슬람교를 겨냥, 정교분리(라이시테)의 원칙을 강화하겠단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 남성이 프랑스에 대한 시위 도중 신발 자국이 찍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크롱 대통령의 무슬림 배척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4일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터키가 프랑스를 향해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무례와 모욕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난 이후 또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도 일제히 프랑스를 공격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종교기관인 원로신학자위원회는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것은 극단주의자에게 도움만 준다고 지적했으며,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SNS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또 요르단 야당 이슬람행동전선도 마크롱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프랑스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반면 유럽권 국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명예훼손"이라며 "극단 이슬람주의자의 끔찍한 살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나온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프랑스어로 직접 SNS에 글을 올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과 완전하게 연대한다"고 밝혔다.
 
예멘 수도 사나의 한 슈퍼마켓에 프랑스산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터키를 비롯한 카타르, 요르단, 쿠웨이트 등 이슬람권 국가에선 프랑스산 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여행업자들의 프랑스행 여행도 일제히 취소됐고, 항공편 예약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매가 장기화되면 프랑스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불매운동과 증오 선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터키도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26일 장중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1달러당 8.0515리라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8을 넘긴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지난 23일 종가의 리라 환율은 1달러당 7.9650리라였다. 이는 달러 당 6리라 전후에서 거래되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30% 이상 리라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외신들은 미국·EU와의 갈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터키에서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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