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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배상, 어떻게?)①폭우에 휩쓸려 간 재산…배상은 난망
일부 피해, '국가·지자체 관리소홀' 주장 지속 제기
입력 : 2020-08-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7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도로와 교량 5284건, 주택 6505채, 비닐하우스 5832동이 침수와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고 1137건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장마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수해복구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 일부 피해는 지방자치단체 및 행정기관의 관리소홀이나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련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충청과 호남지역 주민들은 용담댐과 섬진강댐 인근 홍수 피해의 원인으로 한국수자원공사(한수원)의 댐 수위조절 실패를 지목하며 정부 차원의 피해 보상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집중호우로 일가족 3명이 토사에 휩쓸려 사망한 경기 가평 펜션 사고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산지개발을 허가했던 유관 부처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7월24일 집중폭우로 운행 중인 차량이 침수돼 3명이 숨진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유족들은 지자체 공무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3일 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제1지하차도에 물이 차면서 차량 6대가 침수, 시민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해당 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부산경찰청
 
집중호우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과 보상은 국가배상법에 근거, 국가 또는 지자체가 공공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했을 때 제기할 수 있다. 과실이 인정되면 유족들에게는 피해자의 사망 당시 월급액이나 월실수입액 또는 평균 임금에 장래 취업가능기간을 곱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법조계는 이 경우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가능하지만 법원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관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많고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도 피해자인 원고 측에 있는 탓이다.
 
울산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용두)은 지난달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내린 집중호우로 하천 범람 피해를 입은 울주군 언양읍 반천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울산시 등을 상대로 제기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침수의 주된 원인은 계획빈도를 상회하는 기록적인 강우로 볼 수 있다"며 "피고들이 그로 인한 손해를 예견하기 어려웠고 시설물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 6일 오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의 한 비닐하우스가 밀려든 토사로 뒤덮혀 있다. 사진/뉴시스
 
청주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오기두)도 괴산군 주민 21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주민들은 2017년 집중호우 당시 한수원이 괴산댐의 최고 수위 직전에 7개 수문을 한 번에 개방하는 등 댐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해 주택과 토지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다. 재판부는 "일시적인 홍수기 제한 수위 초과 운영이 어떤 과실에 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초과 운영과 수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율헌재 법률사무소 황의준 변호사는 "행정기관들이 사고나 재해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시설물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점이 명확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입증 책임은 청구인에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조사 결과나 지자체 사과 등이 있지 않으면 승소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정기관의 과실이 드러난 경우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사례도 있다. 2011년 16명이 숨지고 51명이 부상당한 우면산 산사태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정준영)는 2016년 8월 우면산 산사태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유족들 3명에게 4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서초구청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서울시와 서초구의 책임을 인정, 유족들에게 1억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이어졌다. 재판부들은 "주민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험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관리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경보를 발령하고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에게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 지시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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