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대기업 홈쇼핑 계열사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홈쇼핑 업체들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와 기획재정부 직원이 협회에 예산을 배정하게 압박한 직권남용 혐의 등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대폭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수석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뇌물수수죄, 정치자금법 위반죄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원을, 업무상 횡령죄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 추징금 2500만원을 명령했다.
대기업 홈쇼핑 계열사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심은 롯데홈쇼핑으로 하여금 3억원을 e스포츠협회에 후원하게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에 대해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의 e스포츠협회 후원제안이 왔다는 서면보고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전 전 수석이 비서관 윤모씨와 롯데홈쇼핑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전 전 수석이 윤씨와 공모한 게 아닌가 의심할 수 있지만 전 전 수석의 제3자 뇌물수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e스포츠 활성화 예산 20억원을 편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1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은 직권을 남용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성립한다"면서 "전 전 수석이 기재부 공무원에게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요청하는 것은 행정부에 대한 정당한 요청이지 형법상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해당 예산은 2018년에는 제외됐지만 다음해에는 더욱 많은 금액이 편성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롯데홈쇼핑으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뇌물로 받은 혐의와 e스포츠협회 자금 5370만원을 횡령한 혐의,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관련해 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3선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업무와 관련 있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고 불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은 범죄행위와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전 전 수석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고 피해액을 협회에 공탁했으며 지출에 비해 횡령액 액수가 크지 않은 점, e스포츠협회 위상 제고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선고가 끝난 후 전 전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재판으로) 검찰의 어거지 수사의 일부가 밝혀져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주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판단이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 전 수석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자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던 2013년 10월~2016년 5월 GS홈쇼핑, 롯데홈쇼핑, KT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던 2017년 7월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e스포츠협회 예산 20억원 편성을 요구한 직권남용 혐의도 받았다. 2014년 자신과 아내의 해외 출장비, 의원실 직원 허위 급여 등으로 e스포츠협회 자금 1억5000만 원가량을 빼돌린 혐의와 e스포츠 방송업체 대표로부터 불법정치자금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은 전 전 수석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억5000만원, 추징금 2500만원을, 직권남용과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1심은 전 전 수석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GS홈쇼핑과 KT가 e스포츠협회에 건넨 2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수수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보고 무죄 판단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