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신태현 기자]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이들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양형 기준에 비해 약한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지어 피해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도 가해 부모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 예가 없지 않다. 법원은 '가해 부모가 반성하고 있어서', '가정에 다른 아이들이 있어서', '피해 아동에게도 생활기반이 필요하다'라는 등의 이유를 든다.
2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267건이다. 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3%에 그쳤다. 집행유예 선고는 96건(36%)으로 실형보다 3배정도 많았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특례법 위반과 관련해 1심에서 판결된 내용을 살펴봤다. 어머니 A씨는 15살 딸이 성묘를 함께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분무기로 딸의 얼굴과 몸에 물을 뿌렸다. 딸이 그의 손을 치자 욕설을 하고 머리채를 잡아 주먹으로 등을 때리고 배, 다리 부위를 걷어차고 플라스틱 통을 집어던져 코에 부상을 입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박준민 부장판사는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아버지 B씨는 다섯살과 세살 난 두 자녀가 서로 싸운 것에 대해 훈육을 하던 중, 세살 아이가 계속 싸우겠다고 대답한 데 화가 나 뺨을 두 차례 세게 때리고 주먹으로 가슴 부위를 두 차례 때렸다. 아이는 넘어지면서 머리가 벽과 책장에 부딪혀 사망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일)은 B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계모인 C는 의붓아들에게 30분 내 밥을 먹도록 강요하고 아이가 억지로 먹다가 토하면 토사물을 주워 먹도록 했다.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리라"고 말했다. 손과 다리를 묶어 찬물을 받은 욕조에 들어가게 하고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어 숨을 참도록 했다. 때로는 베란다고 가두고 물만 주면서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의 친아버지 D는 신체적 학대를 인지했음에도 취해야할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이고은 판사는 C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D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의 죄질이 무겁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도 B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른 가족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양육과 보호의 책임을 지고 부양해야할 어린 자녀들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C씨와 D씨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이 원하지 않는 경우 만나지 않고 양육 지원금을 내기로 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실형보다는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정된 생활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시했다.
법원도 처벌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 가해자인 부모가 보호자이기도 한 범죄의 특수상황 때문에 고민이 깊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아동의 피해가 중한 경우에는 당연히 실형을 선고하고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집행유예 선고를 했다면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판단 하에, 가정의 다른 아이들이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강한 처벌만이 가정 내 아동학대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피해 아동이 갈 곳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결국 가정에 복귀할 수밖에 없어 재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동학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이후의 후속조치 마련에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류정희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아동복지연구센터장은 "피해 아동이 일시 보호시설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새 가정을 찾도록 도와주고 민간에만 맡겼던 아동보호 체계 일부를 지자체로 가져오도록 예산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희 여성변회 사무차장은 "결국 정상적인 원 가정 복귀가 목표인데 법적 처분에는 처벌과 분리만 있을 뿐 이후의 과정이 없다"면서 "정부가 원 가정 복귀를 위한 후속조치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부모의 징계권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시민단체와 법조계 입장이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민법 제915조 조항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부모들이 '훈육은 고유의 영역'이라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징계권 삭제는 상징성 때문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사전문법관 출신인 법무법인 지우의 이현곤 변호사는 "체벌 9대면 훈육, 10대면 학대인가. '부모는 아이를 체벌해도 된다'며 징계를 정당화 해왔던 사회적 관념이 사라져야 한다"면서 "물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궁극적으로는 체벌 금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체벌금지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체벌을 대신할 양육·훈육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사무차장은 "부모들은 체벌 금지를 했을 때 어떤 대안이 있을지 어떤 게 올바른 훈육인지 헷갈린다"면서 "체벌은 안 된다고 무조건 규제하는데 그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징계의 기준과 올바른 훈육방법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해나·신태현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