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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첫 살인사건 선고…'아내 살해‘ 치매환자, 2심서 집행유예
법원 "범죄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고 이후 상태는 더욱 심각해져"
입력 : 2020-02-10 오후 3:58:5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치매 환자에게 항소심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치매 환자인 점을 고려해 피고인이 입원한 병원에서 선고를 진행했다. 살인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이 병원에서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가 입원한 경기도 한 병원을 직접 방문해 재판을 진행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가 10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뒤 아내를 여러 차례 때리고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양형 부당으로 항소한 A씨는 구치소 수감 중 면회 온 딸에게 '죽은 아내와 왜 함께 오지 않았냐'고 말하는 등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치료적 사법'을 시도하고 있는 형사1부는 지난해 9월 주거를 치매 전문병원으로 제한하는 치료 목적의 보석 결정을 내렸다. 치료적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치매 환자에게 내려진 첫 보석 결정이었다. 치료적 사법은 법원이 범죄에 대한 처벌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형사1부는 판결 선고 장소도 A씨를 치료 중인 병원의 한 작은 사무실로 정했다. 앞서 검찰은 "A씨 본인이나 가족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검사로서 개인적 감정보다 국가 기능과 국민들을 위한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1심보다 형을 크게 감형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결과가 중대해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하면서도 "범행 당시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는 범행 후에 더 악화해 현재 중증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현재 치매환자 치료를 위한 감호시설이 없어 (치료감호) 청구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A씨를 교정시설로 옮기는 것은 현재나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치매전문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과 인간이 존엄 가치를 지닌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갖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5년의 집행유예 동안 보호관찰을 받고, 구치소가 아닌 치매 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해 계속 치료받을 것을 명령했다.
 
법원이 법정 밖에서 선고를 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찾아가는 재판으로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전염성이 높은 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한 B씨 병원을 찾아가 선고를 내린 적이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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