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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DLF대비 낮은 배상비율…기업의 '투자책임' 작지 않단 의미
기업들, 키코 사실상 투기로 이용…자기투자책임 물은 셈
입력 : 2019-12-15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배상책임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보다 낮게 잡은 건 기업의 자기투자책임이 크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DLF가 최대 80%라는 배상비율이 나왔던 건 피해자 대부분이 자기책임원칙을 적용하기 힘든 금융취약계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키코는 개인(금융취약계층)이 아닌 기업이라는 점, 어느정도 계약의 위험성을 스스로 살필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최대 40% 배상비율에 그쳤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지정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지정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다수의 중소기업이 손실을 봤다. 당시 기업들은 지정된 환율 폭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계약 금액을 늘렸고, 사실상 투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지난 13일 4개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15~41%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지난 5일DLF 투자손실(6명)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한 것과 상반된다. 두 사안 모두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배상비율 30%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그럼에도 두 사안의 배상비율이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차이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과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책임'에 대한 여부다.
 
우선 DLF 배상비율이 높은 이유는 은행이 과도한 수익추구로 금융취약계층에 불완전판매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금융취약계층은 금융거래 이력이 거의 없는 노인·주부·청년 등을 말한다. 정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데도, 오히려 은행은 수익추구를 위해 사회 통념을 무시하고 자기투자책임을 질수 없는 금융취약계층에게 불완전판매를 진행했다. 
 
키코도 DLF처럼 불완전판매가 적용됐지만, DLF만큼 배상비율이 여러 번 가산되지 않았다. 키코는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준수 위반만 적용됐다. 
 
배상비율 41%로 산정된 사례를 살펴보면, 은행은 A기업의 무역금융 한도가 줄어든 상황인데도 법효력이 없는 협약서 내용을 근거로 추가 환헤지 계약을 체결했다. 은행이 기업의 제대로 경영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지만, DLF만큼 엄중한 책임을 물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피해자가 금융취약계층(개인)이 아닌 기업이라는 점도 다소 낮은 배상비율 근거로 적용됐다.
 
금감원 측은 "기업도 통화옵션계약 위험성을 스스로 살폈어야 했다"며 "이러한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했다"고 밝혔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분조위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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