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초기에는 두문불출하며 내부 경영 현안 파악에 주력했으나 지난달부터 빠르게 대외 활동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구 회장은 연말 사업보고회와 정기 임원인사, 지분 상속과 계열사 분리 등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보다 신중한 경영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28일 LG그룹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내 2인자로 꼽히는 ㈜LG의 대표이사를 하현회 부회장에서 권영수 부회장으로 교체했다. 구 회장은 그룹 운영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과정에서 그룹내 대표적인 재무통이자 주력계열사 전자·화학·통신을 두루 거친 권 부회장의 능력을 높이 산 셈이다.
이후 그룹 내부 현안 파악에 주력했던 구 회장은 취임 76일 만에 공식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미래 성장 사업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평양 방문 하루 전인 같은 달 17일에는 LS그룹 안양 본사를 방문, 구자엽 LS전선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회장 등을 만나 취임 첫 인사를 했다. 이어 18일부터 20일까지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며 총수로서의 데뷔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구 회장은 10월 말~11월 초에 진행되는 LG 계열사의 사업보고회와 그 이후 임원 인사를 통해 베일에 가렸던 경영능력을 입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진행되는 LG사업보고회는 계열사 경영진이 올해 실적과 내년 목표 달성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를 연말 임원 인사 평가의 근거로 사용할 예정이다. 재계는 구 회장이 올 연말 임원 인사에서 임원진을 대거 교체할 지, 인사 폭을 최소화해 안정을 택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자신만의 새로운 조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여태까지 LG그룹의 가풍과 분위기를 미뤄봤을 때 대폭 물갈이 수준의 인사가 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지분 상속 계획과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분리도 관심이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세 납세의무자는 상속개시일(피상속인의 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세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6.25%를 보유한 2대주주로 법정상속분인 2.51%만 물려받아도 ㈜LG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이 경우 상속세는 약 2000억원이다. 구 회장은 지난 4일 판토스 지분(7.5%) 매각으로 상속세의 일부 재원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향후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자동차 전장부품(VC)을 분리해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LG이노텍이나 LG상사 등을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구 부회장은 시장가치가 ㈜LG 지분 7.72%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회사는 구 부회장이 상당한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에는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시가총액, 미래가치 등의 계산이 들어감으로 쉽게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