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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역사가 말하는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이호석 지음|답 펴냄
입력 : 2016-05-07 오후 12:22:24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곳곳에는 문화재가 산적해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을 찾아 문화재를 보고 감탄하며 선조가 남겨준 문화재만으로 먹고 사는 그들을 부러워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과거의 유물들을 그저 물건으로만 기억하는 우리나라의 역사 기억 방식 때문"이라고 일침한다. 탑의 높이가 얼마고 건축 양식이 무엇이고 등만을 외우고 이야기하다보니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제는 "문화와 유물들에 스토리를 넣을 때가 되었다 싶다"며 역사 속 인물과 주요 문화재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역사 초보자를 위한 스토리북은 ▲스토리에 담은 우리 유물, 우리 사람 ▲우리가 몰랐던 국보 이야기 ▲안타깝게 떠나버린 우리 역사의 영웅들 ▲옛날이야기지만 현재가 비칩니다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백제 금동대향로가 말하는 인생 역경, 온갖 수난을 겪은 경주 장항리 사지 석탑의 푸념 등을 듣다보면 문화재 발굴·보호에 무성의했던 지난날의 과오가 부끄러워진다. '홍커우 공원 의거'로 일제 군대 지휘부를 처단했던 윤봉길 의사의 인생 이야기,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 등 익숙한 인물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도 새롭게 제시된다.
 
타국에서 왕자의 기개를 보여줬던 소현세자와 흥영군 이우, 외침에 수도를 버리고 떠났던 지도자인 고려 공민왕과 조선 선조, 이승만, 임진년의 순왜와 일제 강점기 친일파 등 역사 속 각 지점에 있던 별개 인물들을 엮어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현재의 시점으로도 확장된 비교를 통해서는 "(역사에서 느끼는 자부심은) 과거를 오늘의 교훈으로 삼아서 다시 반복되지 않게끔 만드는 성숙함에서 온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전문성 : 포털사이트 스토리펀딩을 통해 나왔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깊이 있게 탐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독자의 역사적 소양 함양을 위한 책에 가깝다.
 
▶대중성 : 역사적 인물, 유물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설명하며 역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참신성 : 백제 금동대향로와 경주 장항리 사지 석탑, 창경궁 명정전, 삼국유사, 충주 고구려비의 입을 빌려 말하는 역사의 흔적과 흐름이 흥미롭다. 
 
■요약
 
1. 스토리에 담은 우리 유물, 우리 사람 
 
윤봉길 의사와 황포탄 의거를 설계했던 김원봉과 의열단 등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비장하게 담겨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 소탕 사실이 쓰인 북관대첩비는 러일전쟁당시 파내져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잠들어 있다 10년 전 반환됐다. 북관대첩비의 기구한 운명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왕이었던 선조의 무능함을 꼬집는다. 조선왕조실록을 쓴 사관들 및 각각 청나라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와 흥영군 이우의 기개를 조명하며 잊혀졌지만 잊지 말아야 할 인물들도 탐구한다. 
 
2. 우리가 몰랐던 국보 이야기 
 
백제의 금동대향로가 나라의 멸망과 함께 1000년 동안 땅 속에서 잠들어 있어야 했던 이야기, 신라 최고 최미의 오층탑으로 꼽히는 장항리 사지 석탑이 일제 강점기 일본 도굴꾼에 의해 폭발됐던 이야기 등이 유물의 입을 통해 담겨졌다. 사도세자가 궤에 갇혀 죽는 것을 목격했던 창경궁 명정전과 야사로 취급받는 서러움을 겪어야 했던 삼국유사, 일제에 의해 뒷면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 등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3. 안타깝게 떠나버린 우리 역사의 영웅들 
 
노량해전에서 "적에게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전한다. 일제시대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을 박살낸 홍범도 대장의 이야기, 가문의 수난으로 노비로 전락했지만 조선 최고의 침의가 된 허임의 이야기 등을 통해 잊힌 영웅을 조명한다. 이념의 대립 속에 납치와 고문에 시달려야 했던 천재 작곡가 윤이상의 인생도 짚어본다. 
 
4. 옛날이야기지만 현재가 비칩니다
 
조선 말 청과의 국경분쟁에서 "내 목은 잘라도 우리 땅은 자를 수 없다"고 말했던 외교관 이중하의 사례와 최근 있었던 위안부 협상 결과를 비교한다. 시대를 잘못 만나 재능을 피우지 못했던 허초희(허난설헌) 같은 여성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있을 수 있음을 꼬집는다. 나라를 버리고 도망한 3인의 지도자인 공민왕과 선조, 이승만을 비교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제가 7세기 초 작품이라는 걸 전 국민이 알 필요는 없잖아요.
그보다 제가 간직하고 있는 사연들이 사람들한테 감동을 주길 원해요.
이제부턴 저를 볼 때마다 저를 지키고 숨기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백제의 장인과 왕사의 스님들도 함께 기억해 주시길.
백제가 역사에서 사라지던 순간도 생각해 주시길.
그런 생각으로 저를 보시면 아마 제가 달라 보일 겁니다.
(백제금동대향로)
 
잃어버린 제 글자들과 숨겨진 비밀을 찾아주세요.
저는 그 비밀을 꼭 알아야만 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유독 뒷면의 글자들이 홀연히 사라진 이유를.
고구려의 통쾌한 역사와 안타까운 미스터리를 함께 품고 있는 
제 이름은 충주 고구려비입니다. 
 
■별점★★★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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