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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속 '두개의 나라'…미래의 희망을 묻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이원재 지음|어크로스 펴냄
입력 : 2016-02-26 오후 2:33:39
"우리는 낯선 나라에 살게 되었습니다."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소장이자 경제평론가인 이원재 소장은 지난 20여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사회 변화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신간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는 제목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두 나라로 갈라졌음을 말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분명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태평양을 사이에 둔 것 마냥 아득하다. 아버지 세대는 '성장 담론'을 굳게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들 세대에게 성장은 남의 얘기며 남은 것은 절망과 불안뿐이다.
 
사진/어크로스
 
이 소장은 책을 통해 '아파트 신화'와 '대기업 낙수효과'로 대표되는 아버지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이 그동안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밝히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어떤 패러다임과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과거 아버지 세대는 '먹고사니즘'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다. 이는 성장우선주의로 이어졌고 성장을 위해 불평등은 묵인됐다. 인권, 환경 같은 가치를 뒤로 미루는 것도 정당화됐다. 성장과 생존은 개인의 문제가 됐으며 '각자도생' 전략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성장 패러다임은 1인당 국민소득을 빠르게 늘렸다. 하지만 그 사이 자살률도 함께 높아졌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보적 1위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헬조선', '수저 계급론' 같은 자조가 일상화됐다. 부모 소유의 아파트라도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대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의 차이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년 이상의 세대 역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자리와 '치킨버블'에 시달리고 있다. 노년에 대한 불안감은 '막차 문닫기' 형태로 변형되며 세대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저자는 "거대한 악이 이끌었을 것 같은 이 패러다임은 사실 모두가 함께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월가 점령 운동'에 대해서도 "'우리는 99%다'라는 구호가 일을 망쳤다"고 말했다. 나와 내 가족, 주변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고 억만장자들만이 바뀌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애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빈부갈등, 세대갈등이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저성장 시대를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은 성장과 소득, 일자리, 기술, 노후 등 5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찾았다. 단순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가치를 찾고 성장의 역동성을 키우는 한편 소득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나누는 사회적 합의를 찾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노년의 일자리와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금의 사회는 절망과 불안이 지배하고 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새로운 약속을 함께 만든다면 미래는 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청년에 대한 투자 확대와 노년의 생존 보장, 불평등 완화, 세금 인상 등을 거론했다. 얼핏 세대간 갈등을 더 심화시킬 것 같은 방법들이지만 이를 동시에 실현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했다. 안정된 노후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청년들이 모험에 나서고 이런 점이 한국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와 아들의 나라가 갈등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이 소장은 마지막으로 20년 뒤 미래의 아이들을 이야기한다. "20년 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오늘 우리가 하는 선택의 결과"라는 마지막 문장은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을 남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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