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지난 8일 25년만에 자유 총선이 실시됐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군부 정권의 선거 조작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연합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오전 첫번째 중간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아무런 설명 없이 발표 시간이 미뤄지고 있다. 미얀마 현지 언론 일레븐이 전국 주요 투표소에서 1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90%가 야당인 NLD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첫번째 중간개표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윤곽은 10일 이후에나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리를 예상한 미얀마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지자들이 25년만의 자유 총선이 치러진 지난 8일 밤 양곤 소재 NLD 당사 앞에 모여 축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NLD가 이번 투표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투표에서 67% 이상을 얻어야 한다. 총 644석인 전체 의석 중 25%인 166석은 비선출직으로 군부를 기반으로 한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상·하원 664석의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90개가 넘는 정당에서 6000명 이상의 후보가 참여했다. 약 3500만명의 유권자 중 80% 이상이 선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1990년 이후 25년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자유·보통선거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중부 맨달레이시에서는 100여명의 유권자가 추가 등록된 이후 특정 투표소로 단체로 이동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투표를 저지당했다. 이에 대해 NLD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조작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군 및 정부 시설에서 이뤄진 비공개 개표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일부 투표소 관계자에 따르면 수십명의 유권자는 투표소에 와서 선거인명부에서 이름이 누락된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전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세차례나 이름을 올리려 했으나 결국 선거 당일까지 추가되지 않아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권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시민족인 로힝야족 등 불교 민족주의와 갈등을 빚고 있는 무슬림들도 이번 선거에서 대거 배제됐다. 로이터통신은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무슬림이 1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번 선거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완벽한 선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는 지난 1990년 치러진 총선에서 NLD가 492석중 392석을 얻으며 압승했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이후 2010년 총선에서는 군부가 수치 여사의 총선 출마를 불허했으며 NLD는 부정·관권선거를 이유로 참여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