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비즈인사이트)'디지털파괴'의 시대, 빠르게 변화하고 멀리 보라
금융·의료 등 다양한 업종 '디지털 파괴' 직면
입력 : 2015-10-11 오후 3:14:16
IT 기술의 발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요 변곡점이 돼 왔다. 1970~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의 시대를 연 것은 IBM과 DEC였다. 하지만 곧 시장의 주도권은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로 넘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계로 컴퓨터 사용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러나 컴퓨터 시대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모바일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그 사이 구글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인터넷 질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의 등장으로 변화를 겪었다. 이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한 공유경제, 플랫폼 중개 기능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가 일상화됐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파괴는 특정한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 시장의 판도와 흐름을 크게 변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파괴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디지털 파괴가 나타나는 분야도 광범위해지고 있다.
 
◇광범위해지는 '디지털 파괴'
 
디지털 파괴의 개념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스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혁신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파괴적 혁신' 기술은 초기에는 미성숙한 상태로 시장에 등장하고 기존 기업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 시장 지배자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재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은 기업들은 향후 혁신기술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는 순간 결국 도태되고 만다.
 
디지털 기술을 앞세운 파괴적 혁신은 IT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던 택시 산업은 이미 우버를 통해 큰 변화를 겪었다. 3D프린터는 제조업을, 자율주행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업 및 운수업 위협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통적인 시계 산업은 이미 휴대전화 및 스마트폰 더 나아가 스마트워치와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으며 인터넷TV와 개방형온라인강의(MOOCs), 로봇 등 기존 시장에 도전하는 디지털 기술이 셀 수 없이 몰려오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기존 시장의 질서를 뒤짚는 '디지털 파괴'가 다양한 영역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사진 속 우버 애플리케이션은 미국 뉴욕 시내에서 사용가능한 우버택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뉴시스/AP
 
현재 디지털 파괴가 가정 위협적인 속도로 나타나고 있는 곳은 금융업이다. 대출, 투자, 송금, 결제대행 등 금융 전반에 걸쳐 핀테크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며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기술경쟁으로 소비자금융과 모기지, 중소기업대출 등 5대 소매금융 부문의 순익이 20~6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T리서치회사인 리딩에지포럼(LEF)은 의료업계도 디지털 파괴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원격진료나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자가진단기기 등 다양한 '메디테크' 기술이 논의되고 있다. 반면 제조업 분야는 3D프린팅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긴 하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대체하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비슷하게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 되는 2020년 쯤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디지털 파괴를 맞닥뜨린 기업은 곧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질서가 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익성 좋은 기존 사업의 일부를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스 교수는 이를 두고 '혁신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FT는 "많은 기업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기존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동력인 디지털 사업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일부 업종에서는 새로운 시장의 첫 개척자가 되지 않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전략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디어나 광고업계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한번 뒤쳐지는 것이 치명적일 수 있다.
 
◇큰 그림을 그리며 전략을 짜라
 
디지털 파괴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과 딜로이트는 "기술보다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전략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지털화가 충분히 이뤄진 기업의 경우 80% 이상이 명확한 디지털 전략을 가지고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주목하고 있었다. 반면 디지털화 초기 기업은 15%만이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대체로 일부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의 중요성은 PwC가 실시한 '2015 디지털IQ'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 51개국의 기업경영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지털 투자를 성공적으로 한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디지털화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략 담당 임원을 기업의 최고위급 임원회의에 참석시켜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고, 디지털화 과정에 대한 장단기 로드맵을 촘촘히 그리는 곳일수록 디지털에 대한 투자가 실적 향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CEO가 디지털 전략을 직접 챙기는 기업은 지난 2013년 57%에서 올해 73%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파괴에 대한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다.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는 목적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기업은 1%에 불과했다. 99%는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눈앞의 이익을 위해 디지털 전략을 짜고 있었다. 투자 범위도 대부분 현재의 사업범위 안에 머물렀다. 또 경영구조 등 기업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디지털 파괴의 가능성과 영향을 간과하는 기업도 많았다. 크리스 쿠란 PwC 고문은 "모두가 디지털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 성과를 내는 방법을 정확히 이해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파괴가 일어날 때 기존기업은 늘 불리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전략만 제대로 가지고 있다면 브랜드 인지도와 산업 이해도, 이미 구축해놓은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의 금융회사 캐피탈원은 소비자금융이 주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디자인 회사 두 곳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디지털 파괴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소매점인 존 루이스가 도입한 '브릭 앤 클릭(bricks and clicks)'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변화에 재빨리 대응했다. 존 루이스는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을 매장에서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하면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에 온라인 판매 실적은 19%, 전체 판매 실적은 5.8% 키울 수 있었다.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의 모한 소니 교수는 기존 기업이 디지털 파괴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격(Attack)·인수(Aquire)·흡수(Asorb)·적용(Adapt), 이른바 'AAAA 전략'을 제시했다. '공격'은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자본이나 소비자, 유통채널 등 기존기업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자를 제압하는 것이다. 일단 혁신 기업의 성장을 막았다면 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수합병을 통해서는 신기술을 가진 기업의 운영방식을 관찰해 이를 기존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흡수'는 신기술을 가져와 기존 사업 방식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핀터레스트에 쇼케이스 디스플레이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 '적용'은 가장 소극적인 대응으로 새로운 기술과 전략을 모방해 따라가는 전략이다.
 
소니 교수는 "디지털 파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파괴자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재빨리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신기술을 가지고 온 파괴자와 기존 기업 사이의 쫓고 쫓기는 게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