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중동붐'을 기대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올해 해외수주 실적이 장기화된 저유가 탓에 작년 실적을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에 소극적으로 나선 데다 국내 건설기업들도 과거 저가수주를 남발하다가 수천억원대 피해를 입었던 '학습효과' 탓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올해 연간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수주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660억933만달러)에 비해 17.51% 하락한 544억4696만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10월8일을 기준으로 한 연간 누계실적에 직전 3년간 연말까지의 평균(199억7596만달러)을 더한 수치로, 최근 3개년 평균(653억6741만달러)대비로는 16.70% 줄어들었다.
올들어 8일 현재 해외수주액은 344억7100만달러로, 작년(495억1785만달러)대비 30.3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약 54%)을 차지했던 중동에서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267억304만달러에서 올해 125억1247만달러로 53.14% 줄어들며 반 토막이 났다.
중동 수주가 크게 줄어든 것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 때문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11월부터 생산량을 유지키로 결정한 뒤로 유가가 급락했는데, 이 때문에 중동 산유국에서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발주처들은 정확히 언제 발주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상황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유가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중동은 물론, 전체적으로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최근 유가가 연초보다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차츰 신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수주량의 2.91%에 불과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94.87% 감소한 7399만달러로 쪼그라들었으며 이밖에 아프리카(6억3914만달러)가 -70.28%, 태평양·북미(13억9140만달러) -48.99%, 중남미(41억1111만달러)는 -30.01% 등으로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같은 기간 32.54% 늘어난 157억4286만달러를 기록, 중동 발주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켰다.
이는 지하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이 최근 자원개발을 위한 인프라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플랜트를 비롯해 도로, 공항 등 대규모 공사 발주를 늘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수주액은 55억4096만달러로, 전년(7억9851만달러)대비 6.93배가량 늘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등이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도 "유가가 완벽하게 안정세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초대형보다 중소형 프로젝트 위주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중동의 빈자리를 채우긴 역부족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향후 유가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중동 발주 회복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과거 중동 발주를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경우 이미 오일 관련 대규모 CAPEX(시설투자)가 진행돼 관련 프로젝트 계획 자체가 감소했으며 '아랍의 봄' 이후에는 인프라와 복지 중심으로 예산을 확대하면서 정책 패러다임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3~4년 전까지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섰던 건설기업들도 과거와는 달리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몇몇 대형건설기업들은 중동에서 무리하게 수주한 탓에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대형건설기업 관계자는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업계 전체가 힘들어지면서 지금은 대부분 업체들이 내실을 다지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수주도 단순히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닌 수익성이 높은 사업 쪽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연간 해외수주금액이 작년보다 17.51%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해외건설종합정보시스템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