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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의 밝은 미래
입력 : 2026-04-20 오전 11:23:10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당신의 밝은 미래는 박이소 작가의 후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작품은 목조 구조물에 부착한 여러 스탠드가 한쪽 벽면을 향해 강한 빛을 쏜 형태입니다. 작품 자체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며, 강한 빛도 특정한 의미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습니다.
 
당신의 밝은 미래란 문구는 낙관적 미래를 약속하는 동시에 낙관을 강요하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작가는 이 역설을 과도한 빛의 노출을 통해 눈이 부실 정도로 표현합니다. 작가는 현대사회가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라는 모순에 대한 숙고하자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가 믿고 기대하는 미래가 실체 없는 관념에 불과할 수 있다는 암시 말입니다. 작품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고 임시적이고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이소 작가가 2002년 발표한 ‘당신의 밝은 미래’. 작품은 현대사회가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의 모순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사진=김양균 기자)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우리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급성장한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은 그 부피를 급속도로 부풀리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8~9% 성장한 약 292억달러(41조원)입니다. 작년 바이오헬스 수출액이 279억달러로, 전년도보다10.3% 증가한 역대 최고액이고, 우리 바이오산업 생산규모는 25조원 이상입니다.
 
이처럼 숫자가 좋으니 정부 공식 문건이나 미디어에는 K-제약바이오 산업을 넥스트 반도체라든가 미래 먹거리등의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블록버스터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하자는 구호도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제약바이오의 장밋빛 미래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사이에 시장의 그림자는 더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영업대행사(CSO)를 통한 우회 리베이트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삼천당제약 사례로 알 수 있는 불성실공시는 아예 관행처럼 굳어진 지 오래입니다. 라이선스아웃(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됐음에도 뒤늦게 공시하거나, 인허가 과정에서 해외 규제당국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긍정 해석해 언론에 배포하는 일, 임상시험 결과를 부풀려 발표하는 등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초래하고 우리 경제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뿐이겠습니까. 신약 및 품질 개발은 뒷전이고, 복제약만 제조해 먹고 살기 바쁜 기업이 업계에 수두룩하다보니 젊고 우수한 제약바이오 인재들은 시장에서 미래를 찾지 못합니다. 젊은이들의 근속 연수는 짧아지고, 남아있는 종사자들은 늙어갑니다.
 
K-제약바이오의 밝은 미래는 현재의 근절되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 불성실공시, 주가 부양을 위한 과도한 홍보, 연구개발이 뒷전인 상태로는 실현될 가망이 없습니다. 상위 기업 몇 곳만을 비추고 있는 스포트라이트. 이것은 장밋빛 미래의 강요일 뿐입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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