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수십 년 낡은 아파트에서 버텼는데, 아직 손에 쥐지도 않은 이익의 절반을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서울권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목소립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불편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 이익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 가면 요즘 두 단어가 빠지지 않습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인데요. 정비사업 조합들은 규제를 풀라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규제를 한꺼번에 풀면 어떻게 될지는 이미 역사가 답을 내놨습니다. 재초환이 없던 시절 강남 재건축 시장은 투기 자금의 놀이터였고, 분상제가 풀린 단지마다 분양가는 치솟으며 인근 집값을 끌어올렸습니다. '공급을 늘리겠다'며 규제를 걷어낼 때마다 공급보다 가격이 먼저 뛰었습니다. 이 패턴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규제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재초환이 도입된 2006년과 비교해 공사비는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부담금 산정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분상제는 집값 안정이라는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오티에르 반포 같은 단지에서 30억원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만 양산하고 있습니다. 정작 집이 필요한 무주택자는 청약 가점도, 수십억 현금도 없어 구경만 해야 하는 신세입니다.
문제는 이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는 대신, 정치권이 선거철마다 '전면 폐지' 아니면 '절대 유지'의 구호만 반복한다는 겁니다. 재초환은 20년 전 설계된 채로 실거주자와 투기꾼을 같은 잣대로 옭아매고 있고, 분상제는 공사비 현실을 외면한 채 공급 의지만 꺾고 있습니다. 제도를 고치자는 논의는 늘 선거가 끝난 뒤로 밀립니다.
사면초가를 자초한 건 규제 자체가 아닙니다. 20년째 손질 한 번 제대로 못 한 채 표심에 따라 폐지와 강화를 오가며 시장을 흔들어온 정치의 무능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