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탈석유’ 기조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이란과 미국이 일시 휴전에 들어가며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탈석유 흐름이 쉽게 되돌려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가 석유의 빈자리를 메울 대안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 터미널.(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한 LNG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산업 전반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라 대놓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번 중동 사태로 LNG 업계가 뜻밖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맞다”며 “중동산 석유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매출과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수입이 계속 지지부진하면, LNG 이용 비중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지금까지 LNG는 석유나 석탄보다 황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배출도 적은 편이라 석탄·석유 기반의 에너지 체제에서 최종적으로 수소 등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브릿지 에너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LNG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주요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급망 측면에서만 봐도 LNG는 석유보다 안정적이다. 국내의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반면, LNG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국 비중을 보면 호주가 31.4%로 가장 높았고, 말레이시아 16.1%, 카타르 14.9% 순이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LNG는 재생에너지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 더 오랜 기간 핵심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수소업계에서는 수소에너지가 2035년 전후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2050년 무렵에는 화석연료 대부분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일정은 어디까지나 목표치에 가깝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기술 개발 속도와 인프라 구축, 경제성 확보 등을 감안할 때 상용화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전쟁이라는 변수가 국제 정세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 전반의 질서까지 흔들면서, 글로벌 에너지 체계 역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석유가 기존 지배력이 유지할지, LNG가 에너지 안보 불확실성 속 대체 축으로 자리 잡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