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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가업이라면, 어디까지가 가업입니까
입력 : 2026-04-07 오전 10:27:14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
 
최근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꽤 통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했던 말을 대신 해준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듣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맞습니다. 주차장은 왠지 가업 같지는 않습니다.
 
가업이라고 하면 보통 이런 그림을 떠올립니다. 대대로 내려온 공장,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 평생 다듬은 장인의 노하우 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들여다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집니다.
 
최근 정부 조사에서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곳을 확인했더니 11곳에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가 발견됐습니다. 그 가운데 7곳은 제과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제빵 시설이 없는 커피 전문점이었습니다.
 
빵은 없지만 베이커리입니다. 왜냐하면 세법상 제과점업이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조금 궁금해집니다. 빵이 없는 베이커리가 가업이라면 다음은 무엇일까요. 커피 없는 카페일까요. 아니면 손님 없는 카페일까요. 가업의 세계는 생각보다 포용적입니다.
 
주차장 이야기는 더 흥미롭습니다. 현재 주차장업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고 묻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대통령은 이런 예도 들었습니다. 도심에 500억원짜리 부동산이 있습니다. 거기에 주차장을 만들고 10년 운영합니다. 매출이 많든 적든 10년만 지나면 가업 요건을 충족합니다. 그 다음에는 상속입니다. 물론 현실 제도는 이보다 복잡합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세금 내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
 
그 말도 꽤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그럼 주차장은 안 되고 뭐는 가업일까요. 식당은 괜찮을까요. 카페는 어떻습니까. 편의점은요. 세탁소는요. 치킨집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서비스업은 "그 사람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렇다고 다 가업이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40년 된 국밥집도 분명 가업입니다. 30년 된 철공소도 가업입니다. 어떤 집에서는 작은 세탁소도 가업입니다. 결국 문제는 업종이 아니라 제도 방식입니다.
 
지금 제도는 업종 코드로 가업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업종 이름만 맞으면 가업이 되고, 이름이 다르면 가업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빵 없는 베이커리도 등장하고, 주차장 가업 논란도 생깁니다. 대통령은 ""정말 필요한 곳만 콕 집어 지원하라"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콕 집는 기준"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가업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넓고, 사업이라는 세계는 생각보다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질문은 다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가업입니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빵 없는 베이커리가 가업이 되고, 누군가는 주차장을 '가문의 사업'이라고 소개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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