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간 조직 통합을 검토하는 가운데,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될 경우 사실상 인천공항공사에 가덕도신공항 건설 부담을 떠안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와 전문가들은 공항 운영 체계와 재무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사진=인천공항공사)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공항 관련 조직을 재편해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항 정책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재원 마련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김포 등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지방공항에서 적자를 내며 재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 조직을 하나로 묶을 경우 재무적으로 가장 여력이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사실상 재정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비는 1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통합 이후에는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수익이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것이란 전망에 인천공항공사 관련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6개 단체는 ‘인천공항 졸속 통합 반대 시민·노동단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정부가 통합을 강행하면 인천공항에서 청와대까지 대규모 차량 집회를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세 기관 중 사실상 유일하게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며 “통합이 이뤄지면 인천공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재원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행정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공항 운영 체계를 바꾸는 문제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가 항공 인프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특히 인천공항은 국제 허브공항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만큼, 재무 구조 변화가 장기적인 투자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항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면 그 목적과 재원 구조를 명확히 공개하고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정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기업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라면 정책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정책 신뢰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