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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신 필요한 때
입력 : 2026-03-31 오후 9:41:17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이 시작됐습니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이 견주는 구도입니다. 내란을 딛고 당선된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 중인 만큼 여당에게 유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장에 나설 후보를 가리는 공천 양상만 봐도 여당은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가는 반면 야당에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일수록 집안 싸움은 격화합니다. 누구든 공천을 받기만 하면, 아무리 정부와 여당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형성됐다고 해도 선거가 임박해 큰절을 올리기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니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는 거겠죠.
 
야당 안에서 이번 선거는 어렵겠다는 푸념 섞인 한숨이 슬쩍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일 겁니다. 물론 지도부의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겠지만, 정말로 능력 있는 지도부였다면 여당 친화적인 여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을 겁니다.
 
야당이 비통한 아쉬움을 삼키면서 선거를 치르는 사이 여당 안에선 낙관론과 신중론이 동시에 감지됩니다.
 
낙관론이 퍼지는 배경은 무난하게 파악 가능합니다.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지니까요. 신중론에는 여러 변수를 남겨둔 결과로 읽힙니다. 선거가 앞으로 두 달이나 남았는데 방심하기엔 이르다는 거겠죠.
 
낙관론과 신중론 모두 당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삼았을 겁니다.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선당후사라는 말과 비슷한 개념이랄까요.
 
초점을 개인으로 옮긴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무리 강해도 자신의 정치 인생이 위기를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잡으면 시대정신보다 생존의 가치가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여당에서도 수도권이나 호남 등을 노리는 대형 정치인은 넘쳐나는데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은 좀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장관 출신의 국회의원이 부산으로, 내란을 스스로 거부하고 적을 옮긴 소장파가 울산으로, 지역주의 타파를 업으로 삼았던 거물 정치인이 경남을 택한 게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립니다.
 
이해는 합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돈을 벌고 밥을 먹고 편히 잘 곳이 있어야 하는 생활인이니까요. 유명 정치인이라고 밥벌이의 지엄함을 모르고 지내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건 또 아닙니다. 우린 이미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선택만 고집했던 사람을 익히 알고 있고, 그가 물려준 유산도 남아있으니 말이죠.
 
세상은 그 사람을 바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합니다. 명분을 갖춘 정치인으로서만 살아가기에는 힘들었을 그 당시에도 편한 생활을 포기했다는 게. 한편으로는 아이러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주의 타파,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분분하면서 20여년 전에나 가능했던 패기 있는 선택은 따라하지 않는다는 게.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들 합니다. 여론조사가 아무리 기울게 나와도 투표소에서 찍는 도장의 방향은 정반대일 수 있으니까요. 선거와 달리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는 건 있습니다. 일단 이번 선거에선 잘먹고 잘살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똑똑한 결정을 내렸더군요.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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