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530원대까지 치솟았는데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야 하나'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작 은행권 자산관리 전문가(PB)들의 답은 예상과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지금은 달러를 따라 살 때가 아니고 투자 매력도를 고려하면 금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금의 환율은 전쟁이라는 변수에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실제로 달러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환율만 유독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달러 자체가 강세라기보다는 대내외적인 상황이 불안해서 비정상적으로 오른 가격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구간에서 뒤늦게 달러를 사는 건 결국 비싸게 사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에 대한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금값 역시 최근 조정을 겪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추세가 꺾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전쟁,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금의 역할은 유효하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국내 금값은 31일 기준 1g당 22만4970원으로 전일 대비 1.92% 상승했습니다. 한 돈 기준으로는 84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단기 등락은 있어도 불안할 때 버텨주는 안전 자산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금이 무조건 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PB들도 한목소리로 포트폴리오 내 적정한 비중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금을 전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자산의 일부, 대략 5~20% 수준에서 담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금은 이자를 주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달러를 완전히 배제하지 말라는 제언도 있습니다. 현재 투자 적정 시점이 아닐 뿐, 달러 역시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라는 겁니다. 환율이 안정되고 가격이 내려오는 구간에서 천천히 나눠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달러는 예금, 채권, 주식 등 다양한 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국면에서 PB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 당장 무엇을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나눠 담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안전자산 투자는 결국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천천히 나눠 담고 오래 가져가야 합니다. 현장 전문가들이 중동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에 내린 답을 참고해 현명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에서 지폐를 세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