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교통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에 대응해 자원안보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공공부문 차량 5부제를 시행했습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민간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에너지 소비 구조를 조정하려는 신호로 읽힙니다. 금융그룹과 대기업들도 차량 운행 제한과 전력 절감 조치에 동참하면서, 이동 방식 변화가 현실적인 정책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문제는 차량 이용을 줄일수록 대중교통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대중교통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부산의 경우 노인 인구 비중이 1984년 제도 도입 당시 4%에서 23.6%로 증가했고, 지하철 이용자 중 65세 이상이 약 30%를 차지합니다. 무임승차 손실액은 1854억원으로 전체 적자의 67%에 달합니다. 서울 역시 누적 결손금 19조7477억원, 무임수송 손실 4488억원 등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한적 부담이던 정책이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리며 재정 전반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 속에서 무임승차를 둘러싼 인식 차이도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 필요성이나, 출퇴근 시간대에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일부 노인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하철망 확대와 이용 증가로 혼잡도가 높아진 점이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책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대 고령층 무임 이용 제한 검토를 언급했습니다. 해외의 경우 일본·프랑스가 소득 기준에 따라 혜택을 차등 적용하고, 영국은 평일 출근 시간대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에너지 절약과 교통 복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차량 이용 억제와 대중교통 수요 확대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기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더 늘어날 경우, 현재의 재정 구조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적자 확대와 서비스 질 저하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메가시티 중심으로 재편된 한국의 교통 구조는 이제 단기 대응을 넘어 새로운 균형점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동과 복지, 재정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승용차 5부제가 시행된 25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앞 옥외·임시 주차장이 차량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