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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술, 도박 그리고 SNS
입력 : 2026-03-31 오후 2:28:57
[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6살부터 유튜브를 보고, 9살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SNS 하느라 가족과의 대화가 줄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외모를 바꾸는 필터를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이 장면들이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부모의 관리 부족이 아닌 플랫폼 설계 문제라는 최초의 법적 판단이 나왔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 원고 케일리 G.M.(KGM)에게 손해배상금 300만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300만달러, 총 600만달러(약 9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습니다. 배상 책임의 70%는 메타에, 나머지 30%는 구글에 돌아갔는데요. 
 
이는 SNS 중독 문제가 플랫폼의 설계상 책임이라는 최초의 평결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풀어 얘기하면, SNS를 담배나 마약, 도박처럼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제품 설계상' 중독성을 가진 상품·서비스로 규정한 겁니다.
 
20대 여성인 케일리는 각각 9살, 6살의 나이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느 날은 인스타그램에만 16시간을 쏟기도 했다는데요. 그는 SNS 이용 과정에서 중독과 정신건강 악화를 겪었다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배심원단은 플랫폼 기업들이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알고리즘 추천 등의 설계를 통해 이용자의 체류를 조직적으로 유도했으며, 그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도 않았다며 케일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엄중히 물었습니다. 이 새로운 윤리적 결단 가운데,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앞으로는 담배, 도박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듯, 구조적 중독성을 가진 SNS로부터 청소년을 격리해야 하는 걸까요?
 
섣불리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SNS는 이미 청소년들의 또래 소통, 정체성 형성, 의견 표출의 공간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 일변도로 대응할 경우,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발적인 공론장 형성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결국 정책 논의의 열쇠는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에 있을 것입니다. 가령,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달 5일 서울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중·고등학생 12명과 직접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청소년들은 이용 시간 조절의 어려움, 유해 콘텐츠와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불안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SNS가 또래 소통과 정보 습득, 자기표현의 통로로서 갖는 긍정적 기능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청소년 SNS 규제 논의는 이제 '얼마나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누구의 목소리를 반영해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입니다. 이 사안의 당사자인 청소년은 보호 대상인 동시에, 흠결 없는 권리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청소년의 경험과 언어로 쓰인 정책이 궁금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아동을 의도적으로 중독시키고 해를 끼쳤는지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증언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법정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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