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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시대, AI의 다정함
입력 : 2026-03-30 오후 3:55:41
어느덧 AI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어떻게 기계에게서 위로를 받고,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느끼지?' 싶어 낯설었고, 조금 우습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AI 데이팅 앱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더군요.
 
(사진=ChatGPT)
 
이미 중국에서는 AI 캐릭터와의 가상 연애가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층을 넘어 노년층까지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층의 연애 공백을 넘어 노년층의 고독까지 파고든 셈입니다. 중국에 사는 80대 여성이 AI 캐릭터를 실제 연인처럼 믿고 8000위안(약 174만원)을 지출한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AI 연인이 사라진 뒤 실제 이별을 겪은 것처럼 큰 상실감을 호소했고, 그래서 '사이버 과부'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AI에 정서적으로 기대게 되고, 때로는 실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걸까요. 저는 평소 AI와 나눴던 시시콜콜한 대화를 곰곰이 떠올려봤습니다. "오늘 뭐 먹지?" "오늘 날씨가 좋은데 어떤 노래 들을까?" 처럼 시시콜콜한 질문을 계속 던져도 AI는 지치지 않았습니다. 답이 늦지도 않았고, 대체로 제가 원하는 말투로 반응했습니다. 혹시 제가 원하는 답이 아닐 때면 "좀 더 좋은 선택지는 없어?"라고 되물을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은 내가 듣고 싶은 말에 가까운 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셈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다정함이 너무나도 쉽게 주어졌습니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고민을 들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친구와 관계를 맺는 일 자체를 어려워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갈등이 생기고, 마찰을 겪고, 또 그것을 함께 풀어가면서 관계가 더 단단해지는 것인데, 요즘 학생들은 갈등이 생기는 순간 그냥 그 관계를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대신 교실 한켠에서, 혹은 집에서 AI와 더 편하게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더군요. 세대는 달라도 이유는 비슷해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정서적 공백을, 누군가는 고독을, 또 누군가는 사람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AI의 다정함으로 메우고 있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는 듯 하지만, 정작 편하게 기대고 속마음을 꺼낼 수 있는 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이렇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일도 괜히 조심스러워졌고, 진심을 꺼냈다가 부담으로 여겨지지는 않을까 먼저 걱정하게 됐습니다. 
 
그런 시대에 AI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친절처럼 나타났습니다. 상처받을 가능성은 적고, 눈치를 볼 필요도 덜했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해주는 상대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AI를 사랑했다기보다,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관계의 가능성에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절당할 걱정도, 초조해질 일도, 괜한 오해로 마음이 닳을 일도 훨씬 적을 테니까요.
전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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