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매물은 쌓이는데 왜 더 불안할까
입력 : 2026-03-27 오후 3:15:33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강남 매물이 쏟아진다는데 나는 왜 집을 못 구하겠지. 노도강은 오히려 오르고 있고, 전세는 씨가 말랐어. 지금 세입자 있는 집 팔고 이사 가려면 전세도 못 구해서 발이 묶인 상황이야."
 
건설부동산 분야로 발령이 났다고 하니 한 지인이 저에게 쏟아낸 말입니다. 부동산 뉴스는 연일 매물 급증과 집값 하락을 전하는데, 막상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의 현실은 딴판이라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요즘 부동산 앱을 열면 매물이 넘쳐납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두 달 새 40% 가까이 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강남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에게 반가운 소식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쏟아지는 매물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강남권 고가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내놓은 수익실현 매물들입니다. 정작 실수요자가 살 수 있는 가격대의 물건은 귀합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같은 서민 주거 밀집 지역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출 규제에 막힌 실수요자들이 그나마 진입 가능한 외곽으로 몰리면서 정작 그 동네 집값까지 들썩이는 겁니다. 강남 집값이 떨어진다는데, 내가 살 수 있는 동네는 오히려 오르는 묘한 상황입니다.
 
전세 시장은 더 심각합니다. 매매 매물이 쌓이는 동안 서울 전세 매물은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를 발표했던 1월 23일부터 오늘(27일)까지 24% 넘게 줄었습니다. 금천구의 경우 구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이 64건에 불과합니다. 매매를 못 하면 전세라도 구해야 하는데, 전세마저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지인의 하소연처럼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고 이사를 가려 해도, 들어갈 전세 물건이 없어 발이 묶이는 1주택자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양도세 중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금 당장 단정짓기는 이릅니다. 4월 중순 이후 추가 매물이 더 나올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조정이 실수요층에게 닿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책 효과라는 게 원래 즉각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5월 이후 불안감은 예정된 사실로 보입니다.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작되면 지금 나와 있는 매물까지 들어갈 수 있어섭니다. 팔면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오니 차라리 안 파는 '잠김 현상'이 오면 매물도 줄고 전세도 줄고 거래 자체가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때는 정책이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가늠할 수 있을 테지만, 그 온기가 실수요층까지 전달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당분간은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매매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집을 사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