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을 둘러싼 지분 경쟁이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대 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2대 주주인 호반그룹 간 지분 격차가 1%대까지 좁혀지면서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거론되면서다.
지난 2022년 8월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진칼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약 20% 안팎 수준이다. 반면 호반그룹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고, 현재 양측의 지분 격차는 약 1.7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이 단순 투자 목적을 넘어 장기적으로 경영 참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계열사 및 기타 우호 투자자 지분까지 합치면 조 회장 측 의결권은 약 46% 수준에 달한다. 류경태 한진칼 부회장도 26일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호반그룹과의 지분 격차가 1%포인트대로 좁혀진 것에 대한 우려가 없냐는 기자의 질의에 “우호 지분이 있어 걱정 없다”면서도 “잘 방어하겠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하는 호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단순 지분 구조만 보면 호반그룹이 단독으로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두고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약 5%를 보유한 5대 주주로,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자로 평가된다.
산업은행의 향후 판단 역시 중요 변수다. 산업은행은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과정에서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며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에는 통합 항공사 출범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 회장 측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는 독립적인 기관투자가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만 보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충분해 당장 경영권이 흔들릴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호반이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는 만큼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향방에 따라 한진칼 지배구조를 둘러싼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