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소통 이야기하는 서정진
입력 : 2026-03-26 오후 2:25:4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제약바이오를 맡게 된 날 전후로 기업 50곳 정도에 연락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에 질문해봤습니다. 기자가 주총장을 방문했을 때 취재지원을 해주는지요.
 
주총 취재지원해주는 곳, 주총보다는 주주간담회 취재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곳, 주총장 근처 카페에서 관련 이야기할 수 있다는 곳, 해주는지 여부를 애매하게 말하는 곳까지 합쳐서 손가락으로 헤아리는 게 가능합니다. 아직 답변 없는 곳은 1곳이라 극소수에 속합니다.
 
이 중에서 셀트리온은 주총 취재지원을 해주는 곳입니다. 다만 주총장과 같은 층에서 좀 떨어진 공간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음성만 실시간 중계하는 방식입니다.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내 벽면에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사실, 음성만 중계한다고 했을 때 살짝 아쉬울 뻔하긴 했습니다. 대기업들 주총은 주총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 주총 입장은 못해도 근처에서 실시간 화면 중계를 해주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런 것과 좀 비교되기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제약바이오사들과 비교했을 때는 음성이라도 중계해주는 게 희귀한 케이스에 속합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에 열린 셀트리온 주총에서 서정진 회장은 의장을 맡았습니다. 이는 당일에 이사회를 열어 결정된 사안입니다.
 
안건 의결할 때는 행사가 그럭저럭 흘러가다가, 의결을 모두 마친 후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분위기가 끓어넘쳤습니다. 험악했다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음성만 들어도 생동감이 넘치는데, 직접 들어가서 봤으면 더 생생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 회장의 발언을 듣다보면 어투, 어떤 부분에서는 말하는 내용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한 주주는 코스피가 5000을 넘는 동안 셀트리온 주가는 왜 이 모양이냐는 식으로 성토했습니다. 주주들의 불만을 관통하는 성토로 들렸습니다. 주주들은 약속했던 실적이 왜 안 나오느냐, 실적이 앞으로 잘 나올 것이냐, 주가와 배당은 어떻게 되는거냐 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의결 절차에 1시간15분 정도, 질의응답에는 1시간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서 회장은 나름대로 주주들의 불같은 성토에 대응했습니다. 경쟁사들의 저가 전략을 따라가지 않아서 매출이 계획 수치를 못 따라갔다며, 앞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식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소통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신민철 사장에게도 작년 주총 때 소통을 원했는데 소통 변한 거(or 별로 한 거) 없다", "주주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공식적으로 기록으로 남겨달라, 책임에 따른 의무를 부여해달라"는 등의 발언입니다.
 
서 회장은 신 사장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는데, 후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길게 했습니다.
 
서 회장이 답변하는 방식은 한편으로는 주주와의 접촉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애로사항 가지고 우는 소리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주주 간담회를 하겠다고 하는 투트랙으로 보였습니다.
 
애로사항으로는 회사와 주주간 소송, 주주가 자신 집 앞에 찾아와서 하는 시위, 기우성 부회장과 신민철 사장에게 주주가 보낸 문자 등이 있습니다. "이런 X발 개 X레기 양아치 X끼야"라고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이 욕을 적은 주주가 2022년부터 지난 18일까지 보낸 문자가 183건이고 올해는 사흘에 1번씩 보냈다고 합니다. 서 회장은 이를 두고 "그러니 일을 할 수가 있습니까?"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3~4년 동안 보낸 문자가 180여건이면 그렇게 많은 것인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액주주 대표를 회사더러 정식 인정하라고 하는 요구가 무리한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간담회를 전국을 순회하면서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주주는 '좋은 약 개발에 감사한다, 주식 액면가에 감사하다, 30년 더 회사 이끌어달라'고만 말했는데요. 이 대목에서도 서 회장은 주주들이 원하면 주주 간담회도 좋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주 대표들을 안 만들어주면 더 좋은데, 만들어 주려면 좀 순한 사람들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소통 자체의 중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소통하는지 그 내용의 중요성 또한 있습니다. 서 회장은 소통을 하겠다는 취지를 피력하면서 주주와의 관계에 있어서 과거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이에 대해 한 주주는 "(과거는) 주가가 많이 올라가면서 주주들과 사측이 굉장히 화합할 수 있었다"고 맞받았습니다.
 
아울러 서 회장 아들들이 설립한 애나그램에 대해서 주주들이 거듭 질문하자, 서 회장과 장남 서진석 대표는 셀트리온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한 주주는 "주주들은 그거(애나그램)에 대해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애나그램에 대해 신경쓰는 주주들 역시 소통한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자신들이 신경을 안 쓰도록 회사가 제공해주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앞으로 셀트리온 측이 소통의 내용까지 이제까지보다 더 채워나갈 수 있을지 관건일 수도 있겠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