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주총회를 진행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시장을 두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인공지능(AI) 사업이 구조적인 초호황기(슈퍼사이클)를 이끌고 있어 생산능력(캐파)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호황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는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유리기판(글라스코어)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해결 과제가 적잖이 남아있는 듯하다.
지난해 9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글래스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사 경영진은 기판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 분위기를 강조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18일 반도체 기판에 대해 “지금은 생산성을 개선하고 수율을 높여서 대응하고 있으나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캐파보다 고객의 요구량이 50% 이상 더 많다”면서 “일부 보완 투자도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역시 반도체 기판을 두고 지난 23일 “2028년 양산 목표로 전체 캐파를 현재보다 2배가량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LG이노텍은 캐파 확대를 위한 새 부지 매입을 올해 상반기 중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AI·서버용 기판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품업계는 고부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차세대 제품이 바로 유리기판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반도체 패키징 소재인 인쇄회로기판(PCB)를 유리로 대체한 부품이다. 전력 효율성과 내열 특성이 향상되고, 기존 기판 대비 ‘휨 현상’ 개선에 유리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칩 크기가 커질수록 기판 휨 현상에도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 SKC, LG이노텍 등이 뛰어든 상태다. 세 회사 모두 잠재 고객사들과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며 제품 성능을 점검하는 단계로 전해진다. 다만 기존 기판 소재 대비 가공이 어렵고, 고객사의 요구와 실제 성능 간 격차가 있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유리관통전극(TGV) 내에 미세 균열이 발생하는 경우, 기판 전체에 깨짐(크랙) 현상이 발생하는 점이 난제로 꼽힌다. 또 평평하고 매끄러운 유리기판의 성질 덕분에 구리 등 기존 소재와 쉽게 접착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상용화’라는 벽이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 성능까지 제품을 충분히 개발한다 해도 고객사가 이를 구매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지만, 본격적인 시장 개화는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누구든 좋으니 빨리 양품 개발을 마치고 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업계가 내놓는 상용화 시점도 엇갈리고 있지만, 유리기판이 차세대 기판으로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꿈의 기판’을 향한 업계의 노력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