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경춘선 공릉숲길 일대. (사진=뉴시스)
얼마 전 국회의사당이 가까웠던 영등포에서, 경춘선 숲길이 있는 노원구로 이사 왔습니다. 통근을 내려놓은 대신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을 얻었습니다. 직장인이 되기 전 고향에 돌아온 셈이기도 합니다.
사실 경춘선 숲길은 제가 고등학교 당시만 하더라도 실제로 기차가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2010년에 폐선된 철도인데, 71년을 운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기찻길 주변 동네는 할렘가 그 자체였습니다. 동네 양아치들이 그 주변을 서성였고, 수많은 학생들이 돈을 뺏겼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2013년부터 버려졌던 폐철길이 경춘선 숲길이라는 이름의 길로 바뀌기 시작했고, 할렘가는 '공트럴파크'라는 명칭까지 붙었습니다. 이후 경춘선 숲길은 동네 사람들 모두가 찾는 산책길이 됐고,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경춘선 숲길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유독 눈에 밟히는 게 있습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서성입니다. 이들은 늘 주민들에게 말을 걸고, 불편한 점이 있는지 바꾸고 싶은 게 있는지 묻습니다. 선거 시기와도 관계없이 늘 그곳에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오랜기간 주민들과 가까워졌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려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그 노력 덕분인지 노원구의회에는 서울에서 유일한 진보당 구의원이 있습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426명을 뽑는 서울 구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213석을, 민주당이 212석을 갖고 있는데요. 무소속 1명을 제외한 당 소속 정치인은 최나영 진보당 구의원이 유일합니다. 최 구의원이 2022년 당선 당시 언론에 "꾸준히 주민들과 만나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는 겁니다. 주민들도 최 구의원의 노력을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최 구의원이 떠오른 건,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6·3 지방선거에서 아쉬움이 느껴져서입니다. 12·3 비상계엄부터 지금까지 보수 정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예고된 승리에 취한 그들에게 지방선거는 나의 사람을 심는 선거가 되고 있습니다. 유명 정치인과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청장 후보가 되고, 기초의회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만 5선을 한 국회의원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경기도지사에 도전합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경기지사에 출마했다고 하는데 경기도에 대한 비전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부에서조차 왜 경기도인가라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짜 일하는 사람'이지, '유명한 사람'이 아닙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