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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브랜드의 불편한 화면
입력 : 2026-03-23 오후 6:24:28
한 의류회사의 철학은 독특합니다. "옷을 사지 마세요."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권하는 광고를 낸 회사입니다. 수선하고 재사용하고 그것도 안 되면 재활용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환경을 앞세운 이 회사의 ESG 철학은 꾸준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미지=챗GPT)
 
실제로 이 회사는 국내에서 의류 수선 서비스를 직접 운영합니다. 특이한 점은 자사 제품이 아니어도 수선을 맡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2건까지 접수가 가능한데 한 달 뒤 일정까지 이미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덜 사고 오래 입자'는 메시지가 소비자들에게 꽤 깊이 닿아 있다는 방증입니다. 저 역시 호기심이 생겨 수선을 맡겨 보려 매장을 기웃거렸습니다.
 
수선 매장 앞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LED 화면에 수선사가 작업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브랜드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연출처럼 보였습니다. 수선하는 손길을 직접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쌓겠다는 의도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 화면 속 수선사는 저 커다란 화면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과연 편하게 쉴 수 있을까. 휴대전화에 연락이 오면 받을 수 있을까. 자신의 작업 모습이 쉼 없이 생중계되고 있다면 잠깐 기지개를 켜거나 멍하니 있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자신의 노동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이입을 해보니 그렇게 불편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들의 처우가 어떠하고 쉬는 시간이 완벽하게 확보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수선사의 작업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내는 방식이 최선이었는가는 의문이 남는 대목입니다. 생중계가 소비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위해 누군가의 노동이 화면에 올려져야 했는지는 쉽게 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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