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 분야 중 중국이 가장 먼저 시장을 독점한 분야는 어디일까? 아마 로봇청소기가 아닐까 싶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초기 시장을 도외시한 사이 중국 제조사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고, 불과 몇 년 만에 격차는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청소로봇’인지 ‘가전도구’인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로봇청소기는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부품 옮기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공략할 때 사용하는 전략은 흔히 ‘저가 공세’로 설명되지만, 정확히는 ‘속도전’에 가깝지 않나 싶다. 소비자가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과 품질로 먼저 시장을 점유한 뒤, 이후 기술력과 서비스를 보완해 ‘이 분야는 이 제품’이라는 인식을 굳히는 방식이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중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한 후 개인정보와 A/S 등 서비스 대응에 나섰다.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CES 2026, MWC26 등 국제 행사마다 중국 기업들은 무술을 시연하고 춤을 추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동시에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대량 생산에도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출하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1만4500대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산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일각에서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쉽게 말해 ‘로봇이 춤을 춰서 뭘 하는데?’라는 것. 중국산 로봇 상당수가 퍼포먼스에 머무를 뿐, 공장 등 산업현장의 실사용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생산 속도에서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승부처는 실용성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산업현장과 생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구현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이미 국내 기업들도 이 방향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지난 CES 2026에서 중국 로봇들이 춤을 추고 무술을 시연한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물건을 집어 들었고, LG전자의 클로이드는 빨래를 갰다. 사용처가 분명하다.
이 같은 차이는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로봇의 실제 작업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을 피지컬AI의 테스트베드로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올해를 ‘로봇 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로봇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피지컬 AI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홈 로봇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가전업체에서 로봇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LG전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 기업 전반이 로봇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모든 제조 기업들은 로봇 기업이 될 것(Every industrial company will become a robotics company)”이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로봇 제조의 원년. 한국 기업의 승부처는 ‘실용적인’ 로봇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