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제목보고 '엥?'이라고 하거나 좀 심하면 반감 가질 분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야구 강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전하고 8강 진출까지 해낸 WBC에서의 야구 대표팀 성과에 '만큼이라도'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갠적으로 야구는 99.99% 모르는 입장인데다, 월드컵 이야기하기 위해 야구에서 최고 위상의 대회라고 할 수 있는 WBC를 어쩌면 조금 무리하게 끌어다 비교 대상으로 든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WBC에서 한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의 성적은 8강까지만 진출했다는 점에서는 같고, 그 전까지의 과정은 다릅니다. 한국은 2승2패의 성적으로, 그것도 1승은 마지막 호주전에서 거두면서 극악의 확률을 뚫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4승 전승을 거두며 여유롭게 8강 진출을 했습니다. 같은 조 한국과의 경기에서 8:6으로 이겨 생각보다 신승이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4전 전승이었습니다.
8강에서 한국은 도미니카에 콜드게임패를 당했고, 일본은 베네수엘라에 5:8로 졌습니다.
이번 WBC에서 한국과 일본의 모습, 조별예선에서 일본이 강하고 나란히 토너먼트 초입에서 미끄러지는 모습, 토너먼트에서 일본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축구 월드컵에서 반복된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은 2010년부터 4번의 조별예선 중 3번에서 한국보다 성적이 좋긴한데, 16강을 넘어본 적이 없습니다. 완전히 한국을 압도했다고 하기에는 어느 정도 모자란 성적을 거둔 겁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은 조별예선 2승 1패, 한국은 1승 1무 1패로 둘 다 16강에 진출했습니다. 16강에서 일본은 무승부 후 승부차기로 탈락, 한국은 1점차 패배로 탈락했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둘 다 나란히 1무 2패를 거두며 탈락했습니다. 득실에서 한국이 근소하게 앞서긴 했지만, 당연히 그걸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엔 일본이 1승 1무 1패로 16강행, 한국이 1승 2패를 거둬 조별 예선 탈락을 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이 2승 1패, 한국이 1승 1무 1패를 거두며 둘 다 16강에 진출했습니다. 16강에서 일본은 무승부 후 승부차기로 탈락했고, 한국은 4:1 대패를 당했습니다. 일본 상대인 크로아티아가 한국 상대인 브라질과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4강에 올라가는 바람에 일본의 성적이 더 빛나기도 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에 대한 국내에서의 불신이 깔려있는 가운데, 일본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성적을 거둘지도 관심 포인트입니다. 최근에는 연령대별 한국 상대로 한 성적이 압도적인데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2승을 거두기도 했고, 그 이후에도 잘 나가는 중입니다. 올해 북중미 월드컵에서 쉽지 않은 조에 걸렸지만, 2022년에도 통과한 걸 보면 또 토너먼트행이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K리그 보는 입장에서는 ACL 엘리트와 ACL2 토너먼트에 진출한 K리그 팀 3개가 전부 다 일본 J리그에 밀려서 탈락한 것도 암울합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K리그가 극도로 부진한 때가 있기는 한데, 이게 일시적이 아닐까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2002년 월드컵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올 수 있었던 배경 중에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일본 8강, 한국 조별예선 탈락. 같은 해 아시안컵에서 일본 우승, 한국 3위도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 아시안컵 3위는 조별예선 3위로 탈락할 뻔하다가 와일드카드로 겨우 올라가고 겨우겨우 기어올라간 것에 가까운 반면, 일본은 대회 끝날 때까지 무패였고 조별예선에서 8:1 승리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게 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이 많이 잘하고 한국이 많이 못해야 대표팀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제로 이뤄질 경우 그걸 지켜보는 마음은 절대 유쾌할 거 같지 않다는 게 걱정입니다. 혹은 이번 WBC처럼 일본이 더 잘하기는 하는데, 둘 다 토너먼트 초입에서 미끄러지는 등 그동안의 양상을 반복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