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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하이브리드 시장 장악한 현대·기아차, 일본차의 8배
올해 일본 브랜드와 판매량 격차 확대…투싼 투입 등으로 강세 지속 전망
2020-09-23 06:04:00 2020-09-23 06:04: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현대·기아차가 렉서스,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가 불매운동 여파로 뒷걸음질 치는 가운데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여기에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니로 하이브리드 등이 힘을 보탠 덕분이다.
 
현대·기아차가 투싼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모델 투입을 준비 중인 반면 일본 브랜드의 판매 급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지금의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대수는 7만2000여대(1~8월 누적 기준)로 같은 기간 9000대 정도를 판매한 일본 브랜드(혼다·인피니티·렉서스·닛산·토요타)보다 8배가량 많다. 2016~2018년 2~3배 이내에서 유지됐던 판매량 차이는 지난해 3.5배로 벌어졌고 올해 격차가 더욱 커진 것이다.
 
신형 투싼.사진/현대차
 
완전히 대등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되던 구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불매운동이다.
 
일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최근 몇 년간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었다. 2010년 20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2015년 9000대를 넘어섰고 2016년 1만5821대, 2017년 2만2336대를 기록한 뒤 2018년 2만6000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2만1577대로 감소했다.
 
작년에도 상반기까지는 1만4000대가 이상 팔리면서 강세를 보였다. 연말까지 추세가 이어졌다면 2018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하반기 불매운동 충격으로 절반 수준인 7500대 이하로 내려왔다. 올해는 8월까지의 상황이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1만5000대를 밑돌게 된다.
 
일본 브랜드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신차교환프로그램이나 평생 엔진오일 무료 제공, 수백만원의 현금성 지원 등의 파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주요 모델을 살펴보면 렉서스 ES300h의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820대 정도에서 올해 400대 밑으로 추락했다. ES300h는 2016년부터 수입차 베스트셀링 2~3위에 꾸준히 오르면서 일본 브랜드 하이브리드 강세를 주도해 온 모델이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본 브랜드의 부진이 거듭되는 사이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필두로 판매를 늘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해 2만3700여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6062대로 3배 가까이 늘었고 작년 8월 출시된 코나 하이브리드는 4254대가 판매됐다.
 
기아차는 올해 출시된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니로 하이브리드가 1만대 이상 팔렸고 K5 하이브리드는 작년 동기보다 4배 이상 많은 6385대를 기록했다. K7은 6737대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반사이익도 영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성능과 안전·편의사양 등 상품성이 좋고 만족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판매가 증가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일 관계나 국산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디 올 뉴 투싼'을 선보이면서 스마트스트림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된 모델을 추가했고 다음 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신형 투싼은 사전계약 첫날 1만대를 돌파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3세대 신규 플랫폼을 적용해 전장과 휠베이스를 각각 150mm, 85mm 늘여 공간 활용성을 대폭 강화하고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시스템, 능동형 공기청정기 시스템과 같은 최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대거 적용하는 등 상품성을 크게 개선한 덕분이다.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을 구현한 디자인도 역대급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본 브랜드는 판매 부진 극복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새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가 불매운동을 촉발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계승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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