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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실업대란)②하청에서 원청으로…해고 면한 직원들도 '좌불안석'
"무기한 무급휴직, 해고와 다를 바 없어"
이스타, 다음달 700여명 해고…칼바람 시작
2020-09-01 06:03:00 2020-09-01 06:03:0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코로나19로 하청업체에서 시작된 정리해고 불길이 항공사로 확산하고 있다. 이미 정리해고를 당한 직원들은 복직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해고를 면한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KO 직원들은 최근 매일 거리로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KO는 아시아나항공의 2차 하청업체로, 기내 청소와 수하물 운반을 담당한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지난 5월 사측의 무기한 무급휴직을 거부한 후 정리해고를 당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국립항공박물관에서 개관식에서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KO지부 노조원들이 하청노동자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아시아나KO 정리해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위기가 인정되나, 고용유지지원금 활용, 휴업수당 감액 신청, 순환 근무 등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해고라고 보고 복직 판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재심을 신청한다며 이를 미루고 있다. 
 
항공사도 대규모 구조조정
 
항공·공항 종사자들의 구조조정은 코로나19 초기부터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여러 방식으로 이미 시작됐다. 특히 고용 사각지대인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아시아나KO의 경우 500여명의 노동자 중 120명은 희망퇴직을 선택했고, 370여명은 현재 무기한 무급휴직 상태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 항공기 기내청소를 담당하는 대한항공 자회사의 하청업체 'EK맨파워' 또한 지난 4월 직원 380여명 중 260명이 권고사직을 당했다.
 
정리해고를 피해 무급휴직에 들어간 하청업체 직원들도 사실상 실직한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한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은 "소득이 없는 건 둘째치고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게 답답하다"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질수록 무급휴직마저 못 하고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어 두렵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 계류장에 항공기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은 하청업체를 지나 항공사에도 불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과의 인수계약 무산 후 재매각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 전체 직원 1300여명 중 700여명에게 정리해고 통보를 할 계획이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은) 기업을 해체하는 수준의 인력 감축안을 철회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이 고용보험금 등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요구를 거절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직원들이 사측에 제안한 순환 무급휴직 고통 분담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노조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벼랑 끝 매달린 LCC 직원들…"남 일 아냐"
 
최근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한을 60일 더 연장함으로써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일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전반적인 업황 개선에 대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국내 LCC 중 한 곳의 승무원은 "고용유지지원금은 받고 있지만 기존에 받던 수당이 전부 없어져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힘든 경우가 대다수"라며 "내후년까지 항공업 정상화가 힘들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업종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 중 대량해고에 나선 항공사는 없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구조조정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외항사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국내 항공사 직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내 한 항공사 직원은 "최근 카타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의 승무원 해고 소식을 접하고 '몸집이 몇 배 더 큰 항공사도 직원들을 저렇게 내보내는데,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항공업 자체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다른 바이러스 등으로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직군이라는 생각에 회의감만 커진다"고 말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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