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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잘 나가던 ‘지프’, 사장 성추행 의혹에 제동 걸리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와…올해 실적에 악영향 우려도
2020-07-27 06:10:00 2020-07-27 06:1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난해 1만대 클럽에 가입하는 등 국내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였던 지프가 사장의 성추행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9월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출시를 계기로 판매 증가를 모색했던 지프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미국 SUV 자동차 브랜드 지프의 한국법인 FCA코리아 파블로 로쏘 사장의 성범죄와 폭행, 폭언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로쏘 사장은 남성직원들과 함께 어느 여직원을 좋아하는지, 어느 여직원과 성관계를 가지고 싶은지 대답하게 하고, 자신도 어떤 여직원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지 여러차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면서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뺨이나 머리를 때리거나 막대기로 몸을 때리고,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는 등 각종 신체적, 정신적 폭행과 모욕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올라온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또한 “사무실에서 직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장 심한 수준의 폭언, 욕설을 한다”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 인사부, 아시아 지역본부, 본사에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고 회사는 문제를 보고한 직원을 추적하고 있으며, 만약 색출하면 괴롭히고 해고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FCA코리아 관계자는 “청원글이 올라오기 이전에 해당 사안에 대해 제보를 받았고 본사에도 보고했다”면서 “현재 내부 인사팀과 윤리담당 부서, 아태지역 본부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사실관계를 확인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로쏘 사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코멘트할 내용이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쏘 회장은 1988년 이베코 트럭 엔진 사업부 엔지니어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4년 피아트그룹 알파로메오 해외영업 매니저를 거쳐 2011년 피아트-크라이슬러 인도지역 합작법인 프로젝트 총괄을 지냈다. 2013년부터는 FCA코리아 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에 선임됐다. 로쏘 사장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FCA코리아 사장직은 물론 물론 KAIDA 회장직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파블로 로쏘 회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지프 랭글러 출시행사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FCA코리아
 
한편, 이번 사안이 향후 지프 판매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프는 2018년 7284대. 2018년 7590대를 판매했다. 2019년에는 1만222대로 1만대 클럽 가입은 물론 수입차 7위의 성과를 거뒀다. 로쏘 사장이 지난해부터 피아트, 크라이슬러 차량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고 지프 라인업을 확대하는 ‘지프 집중화 전략’을 추진한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프는 올 상반기 4209대로 전년 동기(4768대)보다 11.7% 감소한 실적을 보였고 수입차 순위에서도 9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하지만 9월 중형 픽업트럭인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하면서 판매 증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었다. 내달 17일 글래디에이터 사전계약을 앞두고 소셜 이벤트를 실시해 차량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또한 올 초 판매는 저조했지만 6월 1384대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에 이어 수입차 3위에 오르는 등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CEO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신중하게 확인할 수밖에 없다”면서 “조사가 마무리되면 내부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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