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발 스타트업 투자 절실”…CVC 역할론 부상
국내 상위 20대 기업 대부분 스타트업 투자 중…신사업 기회로 활용
업계 “지주회사 CVC 소유 허용시 대규모 투자·M&A 활발해질 것”
입력 : 2020-06-17 16:54:57 수정 : 2020-06-17 16:54:57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육성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사 결정 시스템이 길고 복잡한 대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스타트업과 교류·투자함으로써 신사업 발견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더해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소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정부의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검토 과제에 포함되면서 스타트업계는 대기업의 투자와 보육의 기회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VC로 대기업이 벤처 투자계의 '큰손'이 되면 벤처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후기 투자 부족의 출구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벤처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상위 20대 기업의 대부분이 다양한 형태로 스타트업에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 출신인 네이버나 카카오뿐만 아니라 삼성이나 현대 등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도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5년부터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스타트업팩토리(D2SF)로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 D2SF는 이날 3곳의 데이터 분석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 지금까지 총 49개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D2SF를 적극 활용해 스타트업과 교류하면서 최근 5년간 30건에 가까운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올해 초에는 D2SF로 발굴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닷두(V.DO)'를 네이버웹툰이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은 최근 스타트업 투자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뿐만 아니라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와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로 스타트업 생태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C랩으로 내외부 스타트업 5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는 최근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한 두 곳의 스타트업을 처음으로 분사하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이 새로운 벤처 투자자로 떠오르면서 스타트업계는 이들이 대규모 투자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중심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소유 허용이 경기 부양책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진단. 자료/한국무역협회
 
업계는 중·후기 투자가 미진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대기업이 투자의 큰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9년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대규모 투자 건수의 비중이 미국은 43.2%, 중국은 39%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1%에 불과하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대규모 투자 없이는 스타트업의 성장 및 엑시트가 불가능하고, 이는 창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며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락해 스타트업 투자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부 관계자도 "국내 생태계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 인수·합병 거래 건은 아직 나오기 힘들다"며 "이는 대형자기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대기업은 기업 구조 문제로 이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스타트업계는 지주회사가 계열사가 아닌 CVC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해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대기업의 보수적인 투자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 11일 열린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개선 토론회'에서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대기업 투자가 보수적인 이유는 자회사가 CVC를 운영하면 대기업의 다양한 사업과 교류하거나 각 계열사에 적합한 신사업에 투자하기 어려워 시너지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내의 벤처투자팀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임원 임기에 맞춰 실적이 나와야 하므로 역시 장기 투자가 어렵다. 
 
정부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에 대해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VC 허용 시 총수 일가 사익편취 및 편법적 경영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공정위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에 따르면 CVC 규제 완화에 대해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CVC 지분보유 금지, 자금 조달·투자처 제한 및 타 금융업 겸영 금지 등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이 100% 자기자본으로만 투자할 때 CVC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나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내부자금만으로도 CVC를 운영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도 남아도는 자본을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라도 CVC를 허용하면 벤처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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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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