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회사도로'에 대표 비난 '페인트 칠'...대법 "재물손괴 무죄"
2020-04-13 12:00:00 2020-04-13 12:21:5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체' 직원들이 쟁의행위 과정에서 페인트로 회사 정문 안팎 도로 등에 구호들을 적어 페인트가 도로에 배이게 했더라도 손괴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수손괴죄와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 등 유성기업 직원 2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산업현장에 위치한 도로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사람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데 있고 미관은 그다지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는 곳으로 보인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건 현장 도로에 기재된 글자들이 차량운전자 등의 통행과 안전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도로 바닥에 기재된 문구에는 피해 회사 임원들의 실명과 그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 등이 여럿 포함돼 있지만, 도로 이용자들이 통행할 때 그 문구로 인해 불쾌감이나 저항감으로 도로를 본래 사용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 도로 바닥에 페인트와 래커 스프레이로 쓰여 있는 여러 문구는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로 덧칠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상회복됐고, 그다지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들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고인들이 도로에 문구를 써놓는 행위 때문에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도로를 본래 사용 목적인 통행에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봐 특수재물손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범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씨 등은 2014년 10월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주장과 함께 쟁의행위를 이유로 기업 대표 이사와 부사장 등 임원에 대한 욕설 등을 페인트와 래커를 이용해 회사 정문 앞과 내부 도로에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모욕죄에 대해 무죄를 선언하면서 특수손괴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 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고, 그 행위로 공장내부 미관이 훼손된 점, 회사가 도로를 복구하는 데 90만원의 수리비가 든 점 등을 고려할 때 유죄로 판단된다"며 참여도에 따라 각각 200만~300만원씩의 벌금을 선고했다.
 
2심도 "도로가 쾌적한 근로환경을 유지하고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미적인 효용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고 (도로상 문구가)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운전자 등의 주의를 분산시켜 통행과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직원들이 도로 위를 통행하면서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역시 유죄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이씨 등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