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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에르메스 품질 넘어서는 헬스케어 벨트 만들겠다"
(스타트업리포트)강성지 웰트 대표
의사·직장인 거쳐 사업가로 변신…"의사라는 '업'을 미래적으로 해석한 게 헬스케어"
"의료기기 준하는 기능+질 좋은 가죽…최고의 벨트 목표"
2018-08-23 06:00:00 2018-08-23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2016년 7월 설립된 웰트(WELT·wellness technology)는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제품·솔루션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8월 웰트가 처음 선보인 제품은 스마트 벨트 '웰트'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는 웰트를 이용하면 허리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 과식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웰트는 자세 측정, 낙상 예측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웰트를 이끄는 강성지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우선 민족사관고-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창업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2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 '모티브앱'으로 실패를 겪은 강 대표는 세브란스 병원 인턴을 거쳐 2014년 8월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으로 출발해 스핀오프(회사 분할)하며 웰트를 차렸다. 수익이 보장돼있는, 일반적으로 평탄하다고들 하는 의사의 길을 그만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의사라는 업의 본질이 다른 형태로 발현되었을 뿐"이라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의사의 직업을 미래적으로 해석해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웰트가 헬스케어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물인터넷 등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쪽으로 건강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사후적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면, 헬스케어는 질병을 예방하고 케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고 싶은 포부와 연결돼있다. 국내 IT·제조업 경쟁력이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으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헬스케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또 다른 삼성전자, LG전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웰트는 올해 초 포브스 코리아 선정 '2018 한국의 젊은 영웅'에 이름을 올리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웰트 론칭 후 1년이 지난 현재, 제품 또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럴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대표는 "주목받는 시점에서 사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해온 걸 부정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서 소비자가 진짜 불편해하는 부분, 개선 요구사항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다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웰트의 목표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의료기기에 준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을, 하드웨어 쪽에서는 '몽블랑'을 능가하는 벨트를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 벨트인 웰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허리 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 등을 확인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사진=웰트
 
왜 헬스케어인가.
 
의대 졸업 후 의사로서 해야하는 일을 고민했다. 의대에서는 발병 후 치료와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현장 경험을 했다. 헬스케어에 주목한 건 발병 전 예방하고 케어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가야된다는 맥락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IT, 제조업 위주로 성장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이것만으로는 먹고 살아남기에 경쟁력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밀린다. 헬스케어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내년 수입이 얼마인지에 집중했으면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인생을 걸고 온 힘을 다할 분야가 헬스케어라고 판단했다. 헬스케어 산업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또 다른 삼성전자, LG전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물인터넷이 사람의 건강을 케어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물들이 내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조언을 해주는 시대 말이다. 웰트는 모르는 사이에 반복해왔던 나쁜 습관들, 잘못된 건강 행태들을 찾아서 개선하는 행동 변화를 추구한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금연 광고 캠페인 등에서 벗어나 좀 더 타깃팅 된 개별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고, 그 수단으로 사물인터넷이 쓰일 거다. 한국은 IT, 제조업 역량이 있어서 사물인터넷 기기나 기술 개발에서 아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의사를 그만둔 이유가 무엇인가.
 
그만둔 건 아니다. 의사라는 업의 본질이 다른 형태로 발현된 거라고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만 의사의 일은 아니다. 의사가 왜 필요한 직업이지, 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를 고민했다. 의사는 사람의 몸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업의 본질이다.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건 좀 더 미래적으로 의사라는 업을 해석한 것뿐이다.
 
왜 벨트인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첫번째 아이템이다. 스마트방석, 스마트의자 등을 생각해보면 가격이 맞지 않거나, 부피가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배송이 너무 어려우면 안 된다.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이 제품들은 적합하지 않다. 스마트밴드의 경우 레드오션이라 매력이 떨어지고, 차별화 포인트도 거의 없다고 봤다. 스마트의류, 스마트양말은 세탁, 충전 등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기술, 서비스, 시장의 측면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으로 맞출 수 있는 제품이 벨트라고 판단했다.
 
현재 웰트 벨트 이용시 허리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 과식 여부를 알 수 있다. 자세 측정, 낙상 예측 관련 기술은 개발 중이다. 재밌는 것은 활동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벨트를 차면 출근, 벗으면 퇴근을 의미한다. 화장실 가서 벨트 푸는 시간을 체크해 배변 상태도 알 수 있다. 화장실을 자주 가면 과민성 대장염, 너무 오래 있으면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일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게 벨트다.
 
첫 번째 사업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2012년 헬스케어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포켓몬고'처럼 사용자가 미션을 수행하면 쿠폰을 주는 사업이었다. GPS 기반으로 특정 매장에 가서 퀴즈를 풀거나 QR코드를 찍으면 매장 프로모션 제품을 바로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방식을 활용했다. 매장에서 사용자가 직접 걸어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시도는 좋았으나 실패했다.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내려받고 해당 매장에 가서 미션을 수행하느니, 소셜커머스에 들어가서 구매 할인 받으면 그만인 거다. 미션 수행은 사용자에게 귀찮은 부분이다. 클릭 몇 번이면 쿠폰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안 한 거다. 소비자를 건강하게 하려는 좋은 목적임에도 사업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의 니즈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면서 내 니즈를 해결하려고 사업한 셈이었다. 고객을 무서워하게 된 계기다.
 
스마트 벨트인 웰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허리 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웰트
 
웰트 론칭 후 1년이 흘렀다. 그동안의 성과는.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갈 길은 멀다. 우리는 '옴니아'를 만들었다고 말한다(웃음). 스마트폰으로 비유하면 아직 대형 터치 스크린에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정도의 수준이다. 아직 기술적으로, 하드웨어 측면에서 완벽하고,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주는 제품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품이 잘 팔리고 주목받는 시점에 계속 성장을 이어가려면 지금껏 해온 걸 부정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서 소비자가 진짜 불편해하는 부분, 개선 요구사항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다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갤럭시S' 이후가 될 것이다. 딱 그 시점이 온 것 같다. 박수 쳐주실 때 긴장해야 한다. 마음을 다잡고 왜 지금 박수를 받았는지 박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제품과 서비스, 고객들에게 더 집중해야 된다.
 
향후 계획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더 좋은 가죽, 더 정교한 버클, 더 가볍고 손에 더 쥐기 쉬운 벨트를 만들어 품질 향상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세상 어떤 벨트 업체보다 벨트를 잘 만들자는 게 하드웨어 부분에서의 목표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의료기기에 준할 만한 기능, 서비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한다. 의료기기 박람회에도 나가 시장 반응도 보고 보완할 부분도 찾을 계획이다. 의료기기 인증도 추진할 생각이다. 몽블랑, 에르메스 등을 뛰어넘는 벨트를 만들겠다. 따지고 보면 몽블랑은 만년필 업체이고 에르메스도 가죽 업체다. 벨트를 목숨 걸고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웰트는 그런 회사가 되겠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20대 청년 시절 창업을 하고 깨진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에 들어가서는 조직 생활을 하고 관련 산업 분야의 통찰력을 배웠다. 그리고 또 창업을 했다. 두 번의 창업을 비교하면 꼭 청년 창업만이 답은 아닌 거 같다. 청년 창업은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패기만 믿고 경험 없이 하면 성공 확률이 낮다.
 
스타트업은 처절하다. 가진 게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면 발버둥 쳐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든든한 캐시카우가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대기업과 달리 한 번 실패하고 실수할 때마다 회사가 휘청거린다. 스타트업은 순간마다 살 떨리는 결정을 해야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고, 잘 됐을 때 더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자기주도적 삶은 분명 장점이지만 이외에는 장점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경험이 중요하다. 대기업 등 조직생활을 경험해서 인적 네트워크도 쌓고 경험을 하면서 시장을 보는 인사이트를 넓혀야 한다. 이 사람들이 창업하는 게 성공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속도와 성장이 중요한데, 그 이전에 방향 설정 또한 중요하다. 어느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어느 방향으로 성장할지 모르면 망한다. 창업가의 지식, 경험, 주변의 정보 등 인사이트가 정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강성지 웰트 대표. 사진=웰트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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