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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시각 음악'으로 구현한 'ADOY'표 청춘과 사랑
2018-07-20 16:12:26 2018-07-20 17:59:1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인디씬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를 가득 메우는 대중 음악의 포화에 그들의 음악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 ‘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아도이 두 번째 EP 'LOVE'. 자료/벅스뮤직
 
기타 모양을 한 정체불명의 검정 털옷과 90년대 청춘 영화에서 볼 법한 볼링장의 네온사인, 일본 만화를 연상시키는 오묘한 표정의 캐릭터들. 신스팝 밴드 아도이(ADOY)의 음악과 함께 부유하는 ‘시각적 표식’들이다.
 
2015년 12월 결성된 밴드는 사운드에 어울리는 이미지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두 번의 EP 앨범을 내는 동안 커버부터 영상, 공연장 조명에 이르기까지 ‘예술 작업’을 차곡 차곡 전개해왔다. 시각적 기호로 재탄생된 음악은 대중에게까지 닿았고, 인디씬의 새 물결이 되고 있다.
 
아도이 만의 ‘시각 음악’은 어디서 비롯됐나. 궁금증은 자연스레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전화기 너머 “예술에 ‘조금’ 관심이 있다”고 답한 멤버들(보컬·기타: 오주환, 신디사이저: ZEE, 베이스:정다영, 드럼: 박근창)과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 앞에서 만나봤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미술관을 찾는 편이에요. 최근 본 전시요? 조안 조나스전도 좋았고, 피카소전도 좋았고. 예전엔 이 근처에서 한 라이언 맥긴리전도 인상 깊게 봤었어요.” (오주환)
 
신스팝 밴드 '아도이(ADOY)'.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멤버 각자 예술을 대하는 방식은 음악 작업에 간접 도움이 되는 편이다. 예술의 전체적인 느낌과 작가의 의도 파악하기. 두 가지는 근근이 영감의 재료가 되곤 한다.
 
“음악 역시 감각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예술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편이에요. 저는 그림보단 영화나 영상에 관심이 많거든요. 한번은 엘피판이 돌아가는 영상을 보고 ‘아 이런 빈티지한 면이 어울리겠다’ 하고 (음악)작업할 때가 있었어요.”(ZEE)
 
“저는 솔직히 미술 작품 그 자체에서 영감을 얻지는 않아요. 그보다 영화든, 그림이든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나 말들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평소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그 정확한 의도를 알고자 하는 편이에요.” (오주환)
 
2017년 첫 EP ‘캣닢(CATNIP)’은 멤버 개개인의 다른 경험과 미적 체험을 고루 섞은 결과였다. 그 전까지 모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멤버들은 주환을 중심으로 뭉쳤고, 한 팀이 됐다. 90년대 청춘 스케치 같은 이미지 연상하며 젊은 날의 나를 멈추지 말자고 외치거나(‘Don’t Stop’), 청춘의 뜨거운 이별을 자동차란 매개물에 빗대면서(‘Grace’) 아름답게 노래했다.
 
아도이(ADOY)의 보컬·기타 오주환.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청춘’이란 대주제를 형형색색의 무재개 빛처럼 펼친 첫 앨범을 그들은 “아도이의 색을 잡아간 앨범”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아직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에요. 가사도 사운드도 우리의 색을 잡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본 앨범이었다고 생각해요.”(ZEE)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을 보면 여러모로 기회도 없고, 많이 즐기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그 앨범이 ‘해방구’가 됐으면 해요.”(오주환)
 
지난달 발매된 두 번째 EP ‘LOVE’는 애플뮤직과 K인디차트 등 음원시장에서 1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작에서 보여준 음악의 결은 유지하되, 주제를 표현하는 접근 방법은 달리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처럼 사랑에는 특정한 형태나 모양이 없다는 점에 착안, 다양한 사랑의 면면들을 음악으로 그렸다.
 
신디사이저를 맡고 있는 ZEE.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캡닢’을 무지개의 다채로운 색깔에 비유한다면, ‘러브’는 한 가지 톤처럼 조금 더 차분한 느낌에 빗댈 수 있어요.”(오주환) “1집에선 철학적인 내용도 가사로 쓰고 했는데 이번엔 사랑할 때의 그 순간, 순간에 깊게 집중했던 것 같아요.”(ZEE)
 
왜 사랑이었냐는 물음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인생 역경이 있어도 결국 ‘사랑’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랑’은 분노, 미움 같은 감정들을 녹여버리는 것 같다. 동시에 어두운 부분을 비춰주는 ‘햇빛’ 같은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러머 박근창.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Love’에서도 ‘비주얼’적 노력을 많이 들였다. 커버는 ‘캣닢’ 때 도움을 준 미술작가 아오키지(Aokizy)가 다시 맡았고, 영상은 혁오, 수지 등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비주얼스프롬’, 선우정아, 오존 등을 연출한 ‘세가지’ 팀이 맡았다.
 
“비주얼적인 면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비주얼의 힘이 너무 세서 음악이 죽는다면 그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ZEE) ZEE는 그런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로 미국 밴드 ‘오케이 고’를 꼽았다.
 
“음악을 죽이면 ‘독’ 아니야? 저는 음악의 30~40% 정도를 차지하면 된다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악하고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지에요. 앨범 커버 역시 어울릴 만한 작품을 작가님과 상의하고 결정했어요. 작업하면서 저희가 보내준 데모 음원을 3000번 넘게 들으셨다고 해서 놀랍고 감사했어요.”(오주환)
 
베이시스트 정다영.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기자
 
커버 외에도 영상과 굿즈 제작에 활발한 이들은 ‘커머셜 인디’로 스스로를 칭한다. 음악과 관련된 모든 활동은 실험성 보단 대중성에 무게 중심을 두려는 편이다. 레이블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자유롭게 작업하고 대중들과 소통한다. ‘프로맞팔러’란 별칭을 내세우며 공식 인스타그램 활동도 전개해왔다. ‘커머셜 인디’를 표방하는 이들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은 패션과의 연계다.
 
“마룬파이브 같은 밴드처럼 패션 쪽과 연계된 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보통의 밴드들이 ‘3번째 앨범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는 더 높게 잡고 싶어요. 미국에 가서 그래미상을 받는다거나 미국 투어 밴드가 되는 그런 거요. 하하. 제가 이런 말하면 주변에서 웃는데 전 꿈이나 목표는 클수록 좋지 않나 생각해요.”(오주환)
 
갤러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아도이(ADOY) 멤버들.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밴드의 꿈은 차곡, 차곡 이뤄지고 있다. 5월에는 영국 브라이턴의 ‘더 그레이트 이스케이프(TGE)’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7월 말에는 처치스, 세카이노 오와리, 혼네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서울 ‘사운드시티’ 무대에 선다. 일본 요기뉴웨이브스나 태국 품비푸릿·짐앤스윔, 대만 선셋롤러코스터 등 밴드들과도 교류하며 아시아권으로 활동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CD, 굿즈 등이 순식간에 매진되고 여름 페스티벌 일정이 꽉 채워지면서 “음원 외적으로 인기를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 도중 보컬·기타 오주환은 오묘하고 감각적인 모델의 얼굴을 배경으로 찍어보고 싶다고 깜짝 제안했고, 멤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 주었다.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여행지에 빗대 달라니, 제 각각의 대답이 돌아온다. “저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여행지였으면 좋겠어요. 도시랑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이었으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런 여행지가 어디가 있을까요…”(박근창)
 
“나는 샌프란시스코! 저희 노래에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하면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기 때의 ‘흘러 넘치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 도시 만의 자유롭고 따뜻하고 개방적인 느낌을 좋아해요. 저희 노래가 그런 노래가 아닐까 생각해요.”(오주환)
 
“저도 캘리포니아 쪽. ‘블랑(Blanc)’이란 저희 노래 그렇고 ‘원더(Wonder)’ 뮤직비디오도 그쪽을 배경으로 했어요. 언젠가 우리가 그 쪽에서 활동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ZEE)
 
“저는 여행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전 집이요. 집 같은 음악.”(정다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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